지하 60미터, 봉인된 문
폐쇄된 지 22년째인 지하 기상관측 시설이 있다. 원래는 고산지대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극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부상자를 응급 처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하 60미터 깊이에 지어진 복합 시설이었다. 하지만 완공 이듬해, 시설 내부에서 알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해 연구원 세 명이 실종되었고, 그 뒤로 시설은 영구 폐쇄되었다.
서지안 씨(가명, 28세)는 초자연 현상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버였다. 폐쇄된 시설에 대한 소문을 접한 건 우연히 들른 지역 카페에서였다. "그 문은 절대 열면 안 된다"는 노인의 말이 오히려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녹슨 자물쇠를 열던 순간
지안 씨는 촬영 장비와 손전등, 방독면까지 챙겨 시설 입구를 찾아냈다. 입구는 야산 한쪽에 위장된 철제 해치였고, 자물쇠는 이미 녹이 슬어 손으로 힘을 주자 맥없이 부서졌다.
해치를 열자 서늘한 바람이 훅 끼쳐 올라왔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공기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건조하고 차가웠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60미터를 내려가는 동안, 지안 씨의 카메라 배터리는 세 번이나 갑자기 방전되었다. 손전등 불빛에 비친 계단 벽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있었다.
지하 시설에 도착하자, 벽에는 오래된 관측 장비와 침상 여러 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면 전체를 채운 서류함에는 누렇게 바랜 파일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기록보관실에서 발견한 이름
파일 대부분은 기상 데이터였지만, 그중 한 폴더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상현상 조사반"이라는 도장이 찍힌 서류였다. 도장 옆에는 담당자의 서명 대신, 붉은 잉크로 그은 짧은 밑줄만 남아 있었다.
서류에는 한 인물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스물세 살에 초자연현상협회를 설립하고, 하루 수백 건의 의뢰를 처리했다는 유명 퇴마사였다. 그가 이 시설을 방문한 뒤 자신의 밀실 서재에서 의문사했다는 기록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조사 기록, 발췌
"고인은 사망 전날 본 시설을 방문, 지하 3층 관측실에서 약 40분간 머묾. 동행한 조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나오는 즉시 안색이 창백해졌으며 '데려가려 한다'는 말을 반복함. 사흘 뒤 자택 서재에서 문이 안쪽에서 잠긴 채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됨. 서재 내부 가구는 모두 한쪽 벽으로 밀려 쌓여 있었음."
지안 씨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이, 서류에 적힌 바로 그 "지하 3층 관측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류 마지막 장에는 조사반이 시설을 완전 봉쇄하기로 결정했다는 도장과 함께, "재출입 절대 금지"라는 문구가 굵게 적혀 있었다.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들
그 순간부터 시설 안의 물건들이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상 하나가 아무 이유 없이 바닥을 긁으며 90도 회전했고, 서류함의 서랍들이 동시에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지안 씨의 손전등이 저 혼자 깜빡이더니, 완전히 꺼졌다가 몇 초 뒤 다시 켜졌다. 그 짧은 어둠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등 뒤로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척을 느꼈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확인한 화면에는, 분명 방금 전까지 없었던 검은 얼룩 같은 형체가 관측실 구석에 서 있었다. 형체는 사람의 윤곽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형체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밀실에서 사라진 30분
지안 씨는 서둘러 계단으로 향했지만, 왔던 길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쪽에서 잠긴 것처럼 손잡이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은 퇴마사의 서재처럼, 그녀도 안에서 갇혀버린 것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은,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던 순간이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지안 씨는 시설 입구 계단 앞에 쓰러져 있었다. 촬영 데이터를 확인하자 그녀의 기억과 달리 시설 안에서 30분이라는 시간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그 30분 동안 카메라는 계속 녹화되고 있었지만, 영상에는 아무것도 찍혀 있지 않았다. 완전한 암전, 그리고 낮고 일정한 숨소리 하나만이 배경음으로 남아 있었다. 숨소리는 그녀의 호흡 주기와 전혀 맞지 않았다.
아직 켜지지 않는 조명
지안 씨는 그날 이후 영상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30분짜리 암전 파일을 볼 때마다, 그 숨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마 전 다시 그 언덕을 찾았다. 해치는 여전히 열려 있었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다시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입구에서 내려다본 계단 조명 하나가, 분명 전원이 끊긴 시설인데도 아주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지안 씨는 지금도 그 영상 파일을 지우지 못한 채 노트북 깊숙한 폴더에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를 용기가 생길 때까지. 다만 요즘도 가끔, 늦은 밤 노트북 팬이 저절로 돌아가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고 그녀는 조용히 덧붙였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