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을 채워줄 액자 하나
박은지 씨(가명, 27세)는 최근 자취방을 조금씩 꾸미는 재미에 빠져 있었습니다. 벽 한쪽이 휑하다는 생각에 중고 거래 앱을 열어 액자를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게시물을 발견했습니다.
원목 프레임에 유리를 끼운 앤티크풍 액자. 크기는 A4보다 조금 큰 정도였습니다. 판매자는 "이사 정리 중 급처분, 액자만 필요하신 분"이라고만 짧게 적어놓았고, 가격은 만오천 원이었습니다. 프레임 안에는 낡은 풍경화 인쇄물이 끼워진 채였습니다.
박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채팅으로 가격을 확인하고 바로 결제했습니다. 판매자는 직거래 없이 택배로만 거래하기를 원했습니다. 다음 날 저녁, 현관 앞에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상자를 열자 나온 것
늦은 밤, 박 씨는 방 불을 환하게 켜놓은 채 상자를 열었습니다. 뽁뽁이에 싸인 액자를 꺼내 프레임을 살피는데, 뒷면 마분지 한쪽 모서리가 살짝 들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무심코 손끝으로 그 모서리를 들어 올렸습니다.
마분지와 액자 뒷판 사이에,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펼쳐보니 손글씨로 낯선 이름 세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박 씨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원과 선이 뒤엉킨 표식이 검은 잉크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동그라미 안에 선 세 개가 교차하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문양이었습니다.
종이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부디 다시 돌려보내지 말 것.
박 씨는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판매자가 실수로 개인 메모를 넣어둔 것이라 여기며 애써 넘겼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판매자
다음 날, 박 씨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액자 뒤에서 이상한 쪽지가 나왔는데 혹시 아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메시지는 전송되지 않았습니다.
앱을 새로고침해보니 판매자의 프로필 자체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거래 내역에 남아 있던 채팅방도, 판매 게시물도, 아무런 흔적 없이 지워져 있었습니다.
박 씨는 결국 앱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겼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더 소름 끼쳤습니다.
해당 판매자 계정은 시스템상 가입 기록조차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씨는 분명 돈을 이체하고 물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거래 자체가 서버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버려도 돌아오는 액자
박 씨는 그날 밤 액자를 그대로 재활용 수거장에 내다 버렸습니다. 쪽지도 함께 태워 없앴습니다.
이틀 뒤 퇴근길, 현관 앞에 낯익은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같은 뽁뽁이. 같은 액자. 그리고 그 안에, 다시 접혀 끼워진 쪽지 한 장.
박 씨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펼쳤습니다.
이름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박 씨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표식도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선이 하나 더 늘어나 있었습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표식
박 씨는 그 뒤로 세 번을 더 버렸습니다. 다른 동네 쓰레기장에, 한강 근처 쓰레기통에, 심지어 알 수 없는 주소로 반송까지 시도했습니다.
매번, 액자는 돌아왔습니다.
지금 박 씨는 액자를 방 한구석에 둔 채 지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열어보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손목 안쪽에 희미하게 붉은 자국이 하나 생겼습니다.
동그라미 안에 선 네 개가 교차하는 모양으로.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중고 물품 거래 시 출처가 불분명한 물건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