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끝난 밤
올해 31세인 한 씨(가명)는 서울 강남의 한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3월 중순,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연일 야근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자정을 넘기고서야 회사를 나섰습니다. 지하철 막차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지만, 한 씨가 이용하는 역은 심야 연장 운행 구간이었기에 마지막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새벽 0시 47분. 한 씨는 지하철역 개찰구를 통과했습니다.
평소에도 이 시간이면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그날따라 역 안에는 단 한 명의 승객도 없었습니다.
한 씨는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습니다.
플랫폼 끝에 서 있던 사람
에스컬레이터가 플랫폼 층에 도착했을 때, 한 씨는 반대편 끝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100미터쯤 떨어진 거리. 형광등 두 개가 꺼져 있어서 그 부분만 어두웠습니다. 그 어둠 속에 사람 하나가 등을 보이고 서 있었습니다.
한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자신처럼 야근하고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이겠거니.
하지만 걸음을 옮기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자신과 똑같았습니다.
검은색 패딩 점퍼. 남색 슬랙스. 흰색 운동화. 왼쪽 어깨에 멘 회색 노트북 가방.
한 씨는 멈췄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흔한 옷이니까. 하지만 노트북 가방까지? 그 가방은 해외 직구로 산 것이어서 한국에서 같은 제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 씨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 순간, 그것이 고개를 돌렸습니다.
나를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녹슨 기계가 삐걱거리며 회전하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느리게.
고개가 90도쯤 돌아갔을 때.
한 씨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눈. 자신의 코. 자신의 입. 왼쪽 눈썹 위의 작은 점까지. 오늘 아침 면도하다 베인 턱의 상처까지.
완벽히 자신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단 한 가지가 달랐습니다.
그것은 웃고 있었습니다.
한 씨 자신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공포에 질려 굳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씨의 얼굴로, 한 씨가 짓지 않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입꼬리가 귀 근처까지 올라간, 사람이 지을 수 없는 각도의 미소.
그 미소를 본 순간, 한 씨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등에서 시작된 전율이 머리끝까지 올라왔습니다.
한 씨는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그것도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한 씨와 완전히 같은 동작으로. 마치 거울처럼. 하지만 거울이라면 방향이 반대여야 합니다. 그것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쿵. 쿵. 쿵.
터널에서 열차가 다가오는 진동이 발밑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씨는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서 있었습니다.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습니다. 열차의 불빛이 어두운 플랫폼 끝을 비추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1초 전까지 서 있던 그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열차 문이 열렸습니다. 한 씨는 떨리는 다리로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텅 빈 객차에 앉았습니다.
그제야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폰 검은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한 씨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아직. 그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한 씨는 분명히 웃지 않고 있었는데.
3일 후
한 씨는 그날 이후 거울을 치웠습니다. 휴대폰 화면도 무광 필름을 붙였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3일 후, 같은 팀 동료가 한 씨에게 물었습니다.
"어제 새벽에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봤는데, 왜 인사해도 가만히 서서 웃기만 해?"
한 씨는 어제 새벽,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동료가 말했습니다.
"근데 좀 이상했어. 네가 맞는데... 웃는 게 좀 이상했거든. 입이 너무 크게 벌어져 있었어. 귀까지 찢어지는 것처럼."
한 씨는 지금도 야근을 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길을 걷다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볼 때.
자신보다 0.5초 늦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