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민박의 첫 번째 밤
올해 34세인 이OO 씨는 사진 작가입니다. 오래된 풍경을 좋아해서 전국의 고택과 한옥 마을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경북 어딘가의 100년이 넘은 고택 민박은 더없이 좋은 촬영지였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친절했습니다. 방으로 안내하면서 딱 한 가지를 말했습니다.
방 안에 거울이 하나 있는데, 밤에는 들여다보지 마세요.
이 씨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분위기 있는 민박집이 으레 하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공간이라 원형을 건드리지 못해 오래된 거울이 그냥 걸려 있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방은 예상보다 훨씬 고풍스러웠습니다. 한지 창호, 낡은 나무 기둥, 그리고 서쪽 벽 한가운데 걸린 거울 하나. 테두리가 검게 칠해진 오래된 은경이었습니다. 표면이 군데군데 흐릿하고 산화된 흔적이 있었습니다.
이 씨는 저녁 무렵 한옥 마당에서 촬영을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2시, 목이 말랐다
새벽 2시 13분.
이 씨는 갈증으로 잠에서 깼습니다. 물을 가져왔던 기억이 있어 손을 뻗었지만 페트병이 비어 있었습니다. 공용 화장실이 복도 끝에 있었습니다.
잠옷 바람으로 방문을 열었습니다. 낡은 마루가 삐걱거렸습니다. 복도는 달빛만이 창호지를 통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섰습니다.
세면대 위에는 화장실용 작은 사각 거울이 붙어 있었습니다. 방 안의 거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세면대 거울.
이 씨는 잠든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거울 속 반영이 아직 몸을 돌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0.5초의 시차
이 씨는 굳었습니다.
다시 거울을 봤습니다. 거울 속 자신이 이제 막 몸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현실보다 약 0.5초 늦게.
처음엔 착각인가 싶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런가. 졸음이 덜 깨서 착시가 생긴 건가.
이 씨는 실험했습니다. 오른손을 들었습니다. 거울 속 반영도 오른손을 들었습니다. 동시에. 정상이었습니다.
이번엔 갑자기 손을 내렸습니다.
거울 속 반영이 0.5초 뒤에 손을 내렸습니다.
이 씨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손이 차갑게 굳었습니다.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다시 한 번 했습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습니다.
거울 속의 이 씨는 0.5초 뒤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방향이 달랐습니다.
이 씨는 오른쪽으로 돌렸습니다. 거울 속 반영은...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거울은 반영이 아니었다
이 씨는 화장실을 뛰쳐나왔습니다. 방으로 달려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날이 밝을 때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되어 주인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방 안에 있는 거울에 대해서가 아니라, 화장실 세면대 거울에 대해서.
할머니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 거울은 원래 방 안에 있던 겁니다. 손님들이 무섭다고 해서 화장실로 옮긴 거예요.
이 씨는 멈칫했습니다.
그 거울... 원래 이 집 거울입니까?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이 집 처음 지을 때부터 있던 거예요. 백 년 넘었지요. 예전에 이 방에 살던 분이 거울 앞에서 돌아가셨어요. 그것도 새벽에.
이 씨는 그날로 짐을 싸서 고택을 떠났습니다.
사진 작가인 그녀는 그날 찍은 사진을 확인하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녁에 마당에서 찍은 사진들 중 하나. 방 안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창호지 너머로 무언가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형태. 거울 앞에 서 있는 형태.
이 씨가 방에 들어가기 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