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새 출발
최○○ 씨(가명, 38세)는 아내 정○○ 씨(36세), 다섯 살 딸 아이와 함께 지난 봄, 경기도 외곽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14층 1502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맨 끝 호수였습니다. 새 아파트인데도 왠지 그 복도만은 유독 어두웠고, 최 씨는 입주 첫날 그 느낌을 '전구가 덜 달렸나 보다'라며 넘겼습니다.
이사 당일, 트럭에서 짐을 다 옮기고 나니 저녁 8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피곤하다며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고, 딸아이는 새 방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최 씨는 거실에 혼자 남아 박스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습니다
밤 11시쯤이었습니다.
최 씨는 피곤함에 소파에 잠시 등을 기댔습니다. 그 순간 식탁 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긁히는 소리.
플라스틱이 바닥을 긁는 소리.
최 씨가 고개를 돌렸을 때, 식탁 의자 하나가 약 30센티미터 정도 바깥으로 빠져 있었습니다. 분명 짐을 옮기면서 의자를 정리해 두었는데.
'짐 박스가 건드렸나?' 그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근처에 박스가 없었습니다.
최 씨는 의자를 다시 밀어 넣고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10분 후.
의자가 또 빠져 있었습니다.
이번엔 소리를 직접 들었습니다. 긁히는 소리. 천천히, 또렷하게. 거실이 고요한 탓에 소름이 끼칠 만큼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꺼진 TV에서 나온 소리
최 씨는 핸드폰을 들어 식탁 쪽을 녹화하기 시작했습니다.
3분쯤 지났을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핸드폰을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거실 TV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TV는 꺼져 있었습니다. 전원선도 아직 뽑혀 있었습니다. 이사 당일이라 연결도 안 했습니다.
소리는 뉴스 아나운서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단어를 알아듣기에는 너무 작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3초.
그리고 끊겼습니다.
최 씨는 TV 화면을 확인했습니다. 완전히 꺼진 상태였습니다. 전원선은 여전히 바닥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가 물었습니다
그날 밤, 최 씨가 딸아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딸아이가 창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아빠, 저 아저씨 누구야?"
최 씨는 얼어붙었습니다. 방에는 딸아이와 자신밖에 없었습니다. 창문 밖은 14층이었습니다.
"어떤 아저씨?" 최 씨가 물었습니다.
딸아이는 창문 귀퉁이 근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기 서 있잖아. 계속 웃고 있어."
최 씨가 그쪽을 바라봤을 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딸아이는 잠시 그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어? 갔다."
최 씨는 그날 밤 뜬눈으로 새벽을 맞았습니다.
이상한 일들이 계속됐습니다
이사 후 일주일 동안,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새벽마다 부엌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가보면 아무것도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정리해 둔 식기들이 다음 날 아침 엉뚱한 위치에 놓여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붙여 둔 메모지가 화장실 거울에 붙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처음엔 최 씨를 의심했습니다. 피곤한 탓에 자기가 옮겼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최 씨가 출장으로 이틀을 비운 날에도, 집에 혼자 있던 아내가 같은 일을 경험했습니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당신 지금 집에 들어온 거 아니지?"
최 씨는 그때 200킬로미터 떨어진 출장지에 있었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거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어. 분명히. 내가 화장실에 있었는데 누군가 거실을 가로질러 걸었어."
관리소에서 들은 말
최 씨는 다음 날 아파트 관리소를 찾아갔습니다.
이전 세입자에 대해 넌지시 물었습니다.
관리소 직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 호수는... 입주 전에 한동안 비어 있었어요. 전 분양자가 계약하고 들어오지 않아서요."
왜 들어오지 않았냐고 묻자, 직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계약금을 포기하고 취소하셨거든요. 연락도 안 되고."
최 씨 가족은 지금도 그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들은 조금 줄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가끔 거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최 씨 부부가 누구한테 흔드냐고 물으면, 딸아이는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 아저씨한테."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