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에 들어간 이유
한○○ 씨(가명, 29세)는 폐건물 탐방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유튜버였다. 카메라 하나 들고 사람이 떠난 공간을 돌아다니며 남겨진 흔적들을 기록하는 게 그의 즐거움이었다.
그해 가을, 한 씨는 지방의 어느 공단 외곽에 방치된 방직공장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넘게 가동을 멈춘 채 그대로 남아 있다는 소문이었다. 동료 박○○ 씨(가명, 31세)와 윤○○ 씨(가명, 27세)가 동행하기로 했다.
공장 정문은 녹슨 쇠사슬로 잠겨 있었지만, 담장 한쪽이 무너져 사람 하나 들어갈 만한 틈이 나 있었다. 셋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저녁 여섯 시쯤 그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건물 안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방직기 수십 대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줄지어 서 있었고, 천장에서 늘어진 벨트들이 바람도 없는데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이 그냥 다 놓고 나간 것 같은데."
박 씨가 중얼거렸다. 기계 옆 작업대에는 반쯤 감긴 실타래, 손때 묻은 목장갑, 누렇게 바랜 작업 일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벽에 걸린 달력은 20년도 더 된 날짜에 멈춰 있었다.
점점 이상해지는 것들
문제는 2층으로 올라가면서 시작됐다.
계단을 오르는데, 아래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자신들이 방금 걸어온 길을, 누군가 똑같이 되짚어 걷는 소리였다.
셋은 서로를 쳐다봤다. 아무도 뒤에 남지 않았다.
"쥐인가."
윤 씨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쥐가 저렇게 규칙적으로, 두 발로 걷는 소리를 낼 리 없었다.
2층 사무실 구역에서는 더 이상한 것이 있었다. 책상 위 전화기 수화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 아래로 가느다란 먼지 자국이 나 있었다. 마치 방금 누군가 그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먼지가 쌓이지 않은 자리였다.
한 씨는 카메라로 그 장면을 찍으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오래된 실과 기름 냄새 사이로, 뭔가 살짝 탄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냄새가 스쳤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주 작게,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치 옆방에서 라디오를 낮게 틀어놓은 것 같기도 했다.
옆방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라디오도 없었다.
낯선 안내자
그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였다. 실루엣만 보였다. 남자는 손짓으로 이쪽으로 오라는 듯한 몸짓을 했다.
"저기요! 혹시 여기 관리하시는 분이세요?"
박 씨가 소리쳤다. 남자는 대답 없이 돌아서서 복도 안쪽으로 걸어갔다.
이상하게도 셋은 그를 따라갔다. 나중에 돌이켜봐도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따라갔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남자는 좁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원래 지도에도, 사전 조사에서도 없던 통로였다.
계단 입구에서 한 씨가 멈칫했다. "저는 좀 이상한데요. 내려가지 맙시다."
돌아보니 윤 씨가 없었다.
방금까지 바로 뒤에 있었는데, 없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복도에는 정적만 흘렀다.
박 씨의 손전등 불빛이 심하게 떨렸다. 지하 계단 쪽에서, 아까 그 남자의 형체가 이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웃고 있는 것 같기도, 아무 표정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순간 알았다. 그는 처음부터 이 공장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것
한 씨와 박 씨는 윤 씨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없이 왔던 길을 되짚어 뛰었다. 무너진 담장 틈으로 빠져나왔을 때, 뒤따라 나온 윤 씨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윤 씨는 자신이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려던 순간부터, 담장 밖에 서 있던 순간까지의 기억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촬영본을 확인하던 한 씨는 복도 장면에서 손이 멈췄다.
분명 눈으로 봤을 때는 남자 한 명이었다. 그런데 영상 속에는, 복도 끝에 서 있는 형체 뒤로 몇 명인지 셀 수 없는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 서 있었다. 하나같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한 씨는 그 뒤로 다시는 폐건물 탐방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이유 없이 등 뒤에서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닌, 여러 공포 체험담의 요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각색물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특정 건물과는 무관합니다. 무단으로 폐건물에 출입하는 것은 불법이며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따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