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하나가 걸려 왔다
폐가 탐방 유튜브 채널을 3년째 운영해온 김도현 씨(가명, 29세)에게 어느 날 낯선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제목은 짧았다. 아직도 영업 중인 폐모텔이 있습니다.
메일에는 지방 국도변에 있는 한 모텔 이름과 함께, 구청 인허가 조회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폐업 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영업 중 상태였다. 하지만 로드뷰 속 건물은 간판 절반이 떨어져 나가고, 주차장에는 잡초가 허리까지 자라 있었다.
김 씨는 그런 곳을 좋아했다. 건물은 죽었는데 서류만 살아있는 곳. 구독자들도 이런 소재를 좋아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현장은 제보 그대로였다. 3층짜리 낡은 모텔 건물. 유리창 절반이 깨져 있었고, 로비 문은 잠금장치가 고장 난 채 살짝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먼지가 뒤섞인 냄새가 훅 끼쳤다. 카운터 위에는 색이 바랜 룸키 걸이가 그대로 걸려 있었고, 그 옆에 오래된 유선 전화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수화기는 제자리에, 전화선은 어딘가로 연결된 채였다.
전기도 안 들어올 텐데 이게 작동을 할까, 김 씨는 속으로 생각하며 카메라를 켜고 카운터 주변을 훑었다.
그때 발밑에서 무언가 밟히는 감촉이 느껴졌다. 낡은 방명록이었다. 표지에 쌓인 먼지를 손으로 쓸어내자, 놀랍게도 안쪽 페이지는 비교적 깨끗했다.
카운터의 전화기가 울렸다
촬영을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따르릉.
김 씨는 촬영 중이던 카메라를 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분명 전기가 끊긴 건물이었다. 그런데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세 번째 벨이 울렸을 때, 그는 홀린 듯 수화기를 들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사이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302호 예약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늘 밤 체크인 맞으신가요?
김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소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어졌다.
네, 확인됐습니다. 체크아웃은... 예정에 없으시네요.
전화는 그대로 끊겼다. 뚜뚜뚜 소리만 반복해서 울렸다.
방명록에는 낯선 이름이 있었다
손이 떨리는 채로, 김 씨는 방명록을 다시 펼쳤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 최근 날짜로 보이는 필체가 적혀 있었다. 잉크는 마르지 않은 것처럼 선명했다.
체크인 날짜, 이름, 방 번호. 그리고 체크아웃 칸.
302호. 체크인 기록은 있는데, 체크아웃 칸은 비어 있었다.
그 아래 줄을 보니 208호도 마찬가지였다. 그 위에는 115호도.
기억을 더듬어봤다. 조금 전 처음 방명록을 펼쳤을 때는 분명 체크아웃이 안 된 방이 두 개뿐이었다. 지금은 세 개였다.
김 씨는 도망치듯 건물을 빠져나왔다.
촬영본에만 열려 있던 문
집으로 돌아와 그날 찍은 영상을 확인하던 김 씨는 3층 복도를 지나가는 장면에서 손을 멈췄다.
복도를 걸을 때 분명 모든 방문은 닫혀 있었다. 눈으로도, 기억으로도 확실했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는 302호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 틈 사이로, 어두운 형체 하나가 복도 쪽을 향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302호였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확인해주던 바로 그 방.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문은 매 프레임마다 조금씩 더 열리고 있었다.
아직도 그 건물은 서류 속에서 영업 중이다
김 씨는 그 영상을 채널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구청 민원 게시판에 그 건물의 폐업 신고 여부를 문의하는 글을 남겼다.
답변은 짧았다. 현재 영업 중인 업소로 등록되어 있어 별도 조치 예정이 없습니다.
가끔 김 씨의 휴대폰에 발신 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받으면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아주 희미하게, 누군가 방 번호를 세는 듯한 숫자 소리만 들린다.
301, 302, 303...
그 숫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 있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