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를 앞둔 마지막 촬영
이재훈 씨(가명, 29세)는 폐건물 탐험 콘텐츠를 다루는 1인 유튜브 채널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구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곳은 다음 달 철거가 예정된 지방 소도시의 오래된 단관 극장, '청림극장'이었다. 1980년대 초 문을 열어 그 지역 유일한 영화관으로 20년 가까이 성업하다가, 대도시에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뒤 2009년에 조용히 폐업했다는 기록만 남아 있었다.
촬영 당일 밤 11시, 재훈 씨는 음향을 담당하는 동료 조민재 씨(가명, 31세)와 함께 극장 뒤편 비상구 앞에 섰다. 철거 전 마지막 내부 기록을 남긴다는 명목으로 관리인에게 미리 허락을 구해둔 터였다. 문을 열자 15년간 갇혀 있던 눅눅한 먼지 냄새가 훅 끼쳤다.
민재 씨는 밖에 세워둔 승합차에서 무전기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고, 재훈 씨는 카메라와 손전등만 든 채 혼자 객석으로 들어섰다.
객석에 남아있는 것
로비를 지나 상영관 문을 열자, 손전등 불빛이 닿는 곳마다 찢어진 스크린과 곰팡이 핀 벽지가 드러났다. 좌석은 절반쯤 뜯겨 나가고 없었지만, 남은 의자들은 여전히 스크린을 향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재훈 씨는 무전기에 상황을 중계하며 통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여기 진짜 오래됐네요. 의자에 아직 번호판도 붙어 있어요."
그 순간,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키득. 키득.
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웃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였다. 재훈 씨는 카메라를 돌려 뒤쪽 좌석 열을 비췄다. 아무도 없었다.
"방금 그 소리 들으셨어요?" 무전기 너머 민재 씨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요? 여기선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영사실로 이어진 계단
웃음소리는 그 뒤로도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마치 스크린 속 영화 장면에 맞춰 터지는 웃음처럼, 누군가 지금도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재훈 씨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2층 영사실로 향하는 좁은 철제 계단을 올랐다. 계단 난간은 녹슬어 만질 때마다 손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영사실 문을 열자, 놀랍게도 오래된 영사기 한 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필름 릴이 감긴 채였다. 손전등을 비추자 필름 표면에 켜켜이 쌓인 먼지가 반짝였다.
그런데 필름 릴 옆,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원형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방금까지 그 자리에서 릴을 만지고 있었던 것처럼.
재훈 씨의 목덜미로 소름이 돋았다. 전원이 끊긴 지 15년째인 건물이었다.
스크린 위로 떠오른 그림자
영사기 렌즈 구멍으로 아래 객석을 내려다보던 순간, 재훈 씨는 숨을 멈췄다.
캄캄해야 할 스크린 위에 희미한 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전원도, 필름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스크린에는 지지직거리는 옛날 영화 화면 같은 빛이 깜빡였고, 그 앞으로 사람의 형체 같은 그림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객석이, 가득 차 있었다.
재훈 씨는 카메라를 든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무전기에서는 지지직거리는 잡음만 흘러나올 뿐, 민재 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객석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그림자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텅 빈 좌석뿐이었다.
다만 한 자리, 스크린과 가장 가까운 맨 앞줄 한가운데 좌석만은 여전히 사람의 형체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재훈 씨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저 스크린 빛만 어른거리고 있었다.
좌석 A열 7번, 낯익은 번호
재훈 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로비를 지나 비상구를 박차고 나왔을 때, 밖에서 기다리던 민재 씨가 놀란 얼굴로 그를 맞았다.
"무전기가 계속 끊겼어요.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재훈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숨만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뭔가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낡고 색바랜 영화표 한 장이었다.
좌석 번호는 A열 7번. 스크린과 가장 가까운, 맨 앞줄 한가운데였다.
재훈 씨는 극장에 들어가기 전, 분명 주머니가 비어 있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청림극장은 예정대로 다음 달 철거되었다. 재훈 씨는 아직도 그 표를 버리지 못하고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있다. 가끔 늦은 밤, 어디선가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때마다, 그는 서랍을 열어 그 표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한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