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마음 편한 자리
강주원 씨(가명, 27세)는 반년째 취업 준비 중이었다. 스터디룸 대여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정착한 곳이 집 근처 24시간 무인 스터디카페였다. 직원은 없었다. 출입도, 좌석 예약도, 결제도 모두 전용 앱 하나로 처리됐다.
카페 안쪽에는 캡슐형 수면 부스가 여섯 개 있었다. 얇은 매트 하나와 커튼 한 장으로 이루어진 좁은 공간이었지만, 자정 넘어 공부하다 지친 몸을 잠깐 눕히기엔 충분했다. 강 씨는 늘 같은 부스, 안쪽 구석의 4번 부스를 썼다. 앱으로 예약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이용이 끝나면 알아서 결제되는 방식이었다.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 그 조용함이 오히려 강 씨에게는 위안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처음 몸이 굳던 밤
발단은 별것 아니었다. 새벽 2시쯤, 강 씨는 문제집을 덮고 4번 부스에 들어가 커튼을 닫았다.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눈이 떠졌다. 그런데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렘수면 중 의식만 먼저 깨고 근육은 그대로 이완된 상태로 남는다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저 흔한 가위눌림이라고, 강 씨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눈알만 굴려 커튼 사이 좁은 틈을 바라봤다. 카페 조명은 절전모드로 어둡게 낮춰져 있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몇 초 뒤 몸은 풀렸다. 강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다시 문제집을 폈다.
어깨를 짚던 손
이틀 뒤, 같은 시간 같은 부스. 다시 가위에 눌렸다.
이번엔 달랐다. 왼쪽 어깨에 무언가 얹히는 느낌이 들었다. 손이었다. 손가락 다섯 개의 무게가, 옷 위로 또렷하게 느껴졌다.
강 씨는 눈만 부릅뜬 채 숨을 참았다. 커튼 너머로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무인 매장이니 당연했다. 이 시간, 이 층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몸이 풀리자마자 강 씨는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켜 앱을 열었다. 로비 화면 상단에 뜬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이용 중인 인원: 2명
강 씨는 부스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카페 안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자신 하나뿐이었다.
무게가 실리던 밤, 그리고 앱의 숫자
그 뒤로도 강 씨는 습관처럼 그 카페를 다녔다. 시험이 코앞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부스에 누울 때마다 심장이 먼저 조여왔다.
세 번째로 눌린 밤, 가슴 위로 묵직한 무게가 실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가 눌리는 듯한 압박감이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앱 속 인원수는 눈으로 확인한 사람 수보다 하나 많았다. 강 씨는 카페 채팅 상담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챗봇의 기계적인 문장 하나뿐이었다.
"센서 오차로 실제 인원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강 씨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믿어야만 했다.
귓가의 숨소리
가장 심하게 눌린 건 그로부터 열흘 뒤였다. 몸은 이미 완전히 굳어 있었고, 귓가에 무언가 바짝 다가왔다.
숨소리였다.
느리고, 축축하고, 자신의 숨과는 박자가 맞지 않는 숨소리가 귓불에 닿을 듯 가까이서 들렸다.
강 씨는 있는 힘을 다해 눈을 부릅떴다. 커튼이 아주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 틈으로 로비 벽에 걸린 안내 화면이 보였다. 실시간 이용 현황을 큰 글씨로 띄워주는, 누구나 볼 수 있는 화면이었다.
현재 이용 중인 인원: 3명.
강 씨는 눈알만 굴려 카페 안을 훑었다. 저 끝 좌석에 앉아 조는 남학생 한 명, 그리고 자신. 딱 둘이었다.
숫자와 눈에 보이는 인원이 처음으로 정확히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셋 중 하나는, 지금 이 부스 안에 있었다.
숨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강 씨는 정신을 잃듯 다시 눈을 감았다.
존재하지 않는 4번 부스
다음 날 강 씨는 떨리는 손으로 앱의 좌석 지도를 열었다. 자신이 반년 가까이 매일 눕던 4번 부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지도에는 1번부터 6번까지 캡슐이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눌러봐도, 아무리 찾아봐도 4번은 없었다. 1, 2, 3, 5, 6번. 딱 하나, 4번만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강 씨는 그 카페에 다시는 가지 않는다. 정기권도 환불받지 않은 채 그대로 뒀다.
가끔, 잠들기 전 스마트폰 화면이 저절로 밝아진다. 지운 줄 알았던 그 앱이 켜져 있다.
"4번 부스 이용이 시작되었습니다."
강 씨는 그 알림을 볼 때마다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 좁고 어두운 부스 안에서, 지금도 누군가 자신의 자리에 누워 눈을 뜨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