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보다 늦게 온 버스
밤 열한 시 사십 분이 마지막인 마을버스를 놓친 윤○○ 씨(가명, 34세)는 정류장 시간표 아래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야근이 길어진 가을 밤이었다. 날은 쌀쌀했고, 그녀는 남색 패딩에 회사에서 받은 에코백을 메고 있었다.
열두 시 십 분. 시간표에 없는 버스가 라이트를 켠 채 천천히 다가왔다. 노선 번호는 낯익었다. 기사님은 말없이 문을 열었다.
버스 안에는 승객이 둘 있었다. 맨 뒷자리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 중간쯤에 고개를 숙인 할머니. 윤 씨는 앞쪽 창가에 앉았다. 차 안은 이상하게 따뜻했고, 오래된 걸레 같은 눅눅한 냄새가 났다.
존재하지 않는 정류장
버스는 십 분쯤 달렸다. 창밖은 가로등 없는 길이었다. 그때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음 정류장은, 두 번째 집, 두 번째 집입니다."
윤 씨는 노선도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이름은 없었다.
딩동.
하차벨이 울리고 '정차합니다' 램프가 노란 불을 켰다. 윤 씨는 누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학생도 할머니도 꼼짝하지 않았다. 아무도 누르지 않았는데 벨이 울린 것이다.
버스가 멈추고 앞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창밖, 가로등 하나 아래에 낡은 정류장 표지판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남색 패딩. 어깨에 멘 에코백.
윤 씨와 똑같은 차림의 사람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윤 씨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였다.
처음엔 "내려"라고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윤 씨는 입술을 끝까지 읽었다. 같은 두 글자가 반복되고 있었다.
"바꿔."
내리지 않은 사람들
뒤에서 의자가 삐걱거렸다. 교복 입은 여학생과 할머니가 일어나 아무 말 없이 윤 씨 옆을 지나갔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 정류장의 그 사람 양옆에 나란히 섰다. 세 사람이 윤 씨를 올려다보았다.
윤 씨는 손잡이를 움켜쥔 채 움직이지 못했다. 몇 초가 지나고, 앞문이 닫혔다.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백미러 속 기사님의 눈이 윤 씨와 마주쳤다.
"손님은 안 내리시네요. 잘하셨어요."
기사님이 낮게 말했다.
"지난번 손님은 내리셨거든요."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
버스는 십오 분 뒤 윤 씨의 집 앞 정류장에 섰다. 윤 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내렸다.
다음 날 회사 동료에게서 들었다. 그 노선의 막차는 열한 시 사십 분이고, 그 뒤에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노선도에도 '두 번째 집'이라는 정류장은 없었다.
윤 씨는 그 뒤로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탄다. 하지만 가끔 퇴근길 버스 창가에 앉아 있을 때, 하차벨이 아무도 누르지 않았는데 한 번 울린다.
그럴 때마다 윤 씨는 창밖을 보지 않는다. 다만 어제는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어깨 뒤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이야기는 창작 공포 콘텐츠입니다. 등장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