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자유로를 달리던 밤
박○○ 씨(가명, 41세)는 야간 대리운전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수도권까지, 밤마다 낯선 차를 몰고 낯선 도로를 달리는 일이 익숙해진 지 오래였습니다.
그해 여름은 유독 더웠습니다. 7월 중순, 새벽이 되어도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도 손목에 땀이 맺혔습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박 씨는 고양시 손님을 태우고 자유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뒷좌석 손님은 술기운에 이미 잠들어 있었고, 차 안은 에어컨 소리와 라디오 볼륨을 낮춰놓은 음악만 가득했습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자유로는 밤이 되면 차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가로등 간격이 길어서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구간이 제법 있었습니다. 박 씨는 그 구간이 항상 조금 불편했지만, 수백 번은 지났던 도로라 별달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한가운데 서 있던 것
행주대교를 지나 얼마 되지 않은 지점이었습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전방 100미터쯤 되는 도로 중앙을 비췄습니다.
거기에 뭔가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로 위에 떨어진 무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씨는 발을 브레이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서 있었습니다. 똑바로. 움직이지 않고.
사람이었습니다. 여자였습니다. 흰 원피스를 입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차선 한가운데 정면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박 씨는 급히 경적을 눌렀습니다.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차가 50미터, 30미터, 20미터까지 가까워졌습니다. 박 씨가 핸들을 꺾어 옆 차선으로 비켜나며 그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반사적으로 여자의 얼굴 쪽을 봤습니다.
얼굴에 눈이 없었습니다.
눈이 감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그냥... 피부였습니다. 매끄럽고 평평하게. 코와 입은 있는데 눈만 없는 얼굴이, 헤드라이트 빛 속에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박 씨는 백미러를 봤습니다.
도로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동료들의 증언
손님을 내려드린 후 박 씨는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10분 동안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착각이겠지.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다시 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박 씨는 그 구간을 지날 때마다 속도를 줄였습니다.
한 주가 지났습니다.
같은 회사 대리기사 최○○ 씨(가명, 37세)가 박 씨에게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형, 자유로 행주대교 지나고 나서 직선 구간 있잖아요. 거기서 뭔가 이상한 거 본 적 없어요?"
박 씨는 등이 서늘해졌습니다.
최 씨도 봤습니다. 도로 한가운데 서 있는 흰 원피스의 여자. 가까이 가자 사라진 것. 그리고 눈이 없는 얼굴.
최 씨 말로는 그것이 고개를 천천히 돌려 자기 차를 바라봤다고 했습니다.
그 후 두 달 사이, 같은 구간에서 같은 것을 봤다는 동료가 넷이 더 생겼습니다. 목격 시간은 모두 자정에서 새벽 1시 사이였습니다. 모두 여름 밤이었습니다.
회사 단톡방에서 그 구간이 화제가 됐고, 누군가 몇 년 전에 그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여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차 안에 있었다
그해 8월 말, 박 씨는 다시 자유로를 달렸습니다.
밤 11시 40분, 마포 쪽에서 출발해 파주 방향으로 향하는 콜이었습니다. 뒷좌석에는 50대 남자 손님이 타고 있었습니다.
행주대교를 지났습니다. 박 씨는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였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도로 위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박 씨는 안도하며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그때 뒷좌석 손님이 말했습니다.
"저기요, 혹시 손님을 한 명 더 태우셨어요?"
박 씨는 백미러를 봤습니다.
손님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흰 원피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정면을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
박 씨는 그 얼굴을 봤습니다. 눈이 없었습니다.
차가 흔들렸습니다. 손님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박 씨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갓길로 차를 세웠습니다.
두 사람은 차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차 안은 비어 있었습니다.
뒷좌석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차 문은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 주행 중에 뒷문이 열리면 경고음이 울리게 되어 있었는데, 경고음은 한 번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 도로를 달린다
박 씨는 지금도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로 콜은 받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아무리 돈이 되는 콜이라도.
그날 함께 차에 탔던 손님은 그 뒤로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박 씨가 고객 앱으로 메시지를 남겼지만 읽음 표시조차 뜨지 않았습니다.
박 씨가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항상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이 차에 탔을 때... 에어컨이 꺼져 있었어요. 한여름인데 차 안이 너무 추워서 에어컨을 껐거든요. 언제 그렇게 차가워졌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는 한 가지를 덧붙입니다.
자유로를 달리다 백미러에 뭔가가 보이더라도, 절대 돌아보지 마라고.
이 이야기는 야간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서 실제로 전해지는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