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멈춰야 했던 공장
인천과 경기도 경계 지역의 낡은 공단 구역에는 1990년대 이후 문을 닫은 노후 공장들이 여럿 흩어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 방치된 곳 하나가 구 ○○전자 인천 제2공장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가 전자부품을 조립하던 4층짜리 건물.
1995년 6월의 새벽 3시, 공장 3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2시간 만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야간 교대 근무자 8명이 그날 밤 목숨을 잃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전기 배선 결함'으로 공식 처리됐지만, 유족들은 오랫동안 '안전 수칙 무시'를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소송이 이어지는 사이 공장 주인은 파산했고, 공장은 처리 절차가 미뤄진 채 그냥 방치됐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습니다.
새벽 1시의 진입
33세의 도시 탐험가 김 씨(가명)는 동료 두 명과 함께 이 공장 탐험을 계획했습니다. 폐건물 탐험 영상을 찍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그들은 미리 현장 답사를 해두었고, 외벽 측면에 오래전 무너진 담장 틈이 있다는 것도 확인해 두었습니다. 입장한 시각은 6월의 새벽 1시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부터 달랐습니다. 바깥의 여름 공기와는 전혀 다른, 차고 눅눅한 냄새. 오래된 기름과 금속, 그리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무언가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크네." 팀원 중 한 명인 박 씨(가명)가 헤드랜턴으로 천장을 비추며 말했습니다.
1층 생산 공간은 축구장 절반 크기의 넓이였습니다. 녹이 슨 컨베이어 벨트가 공장 내부를 가로질러 뻗어 있었고, 그 위에는 30년 동안 쌓인 먼지가 두꺼운 회색 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벽에는 낡은 안전 수칙 포스터가 아직 붙어 있었습니다. 반쯤 녹아내린 것처럼 변색된 채로.
세 사람은 2층과 3층을 먼저 탐험했습니다. 3층에는 화재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탄 냄새가 30년이 지나도 가시지 않은 것처럼 코끝을 찌를 것 같았습니다. 창문들이 모두 깨져 있어서 달빛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 그들은 다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1층 생산 라인 구역으로 돌아온 김 씨가 가장 먼저 알아챘습니다.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습니다. 밤에 낡은 건물에서는 여러 가지 소리가 납니다. 금속이 수축하는 소리, 바람이 새는 소리, 야생동물의 소리. 하지만 이 소리는 달랐습니다.
규칙적이었습니다.
드르르르르... 드르르르르...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소리였습니다.
"지금 저거... 돌아가고 있어?" 박 씨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세 사람은 천천히 컨베이어 벨트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헤드랜턴 불빛이 먼지 쌓인 벨트 표면을 비추었습니다.
벨트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먼지가 쌓인 채로 컨베이어 벨트가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전력이 끊겨 있어야 할 공장에서.
"전기가 어디서 공급되고 있는 거야?" 세 번째 팀원 오 씨(가명)가 중얼거렸습니다.
전기 배전반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배전반 앞에 섰을 때, 세 사람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주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습니다. 오래전 누군가가 차단한 뒤 그대로 방치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세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 끝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김 씨의 헤드랜턴 불빛이 무언가에 닿았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사람의 형태였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끝 포장 공정 구역에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키가 컸습니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안전모를 쓰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공구 비슷한 것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손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집고, 끼우고, 내려놓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마치 30년 전 교대 근무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오 씨가 조용히 뒷걸음질쳤습니다. 발이 바닥의 철판을 밟으며 소리를 냈습니다.
*쨍.
형체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천천히.
그것의 얼굴이 이쪽을 향했습니다. 안전모 아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피부도, 눈도, 입도. 그냥 텅 빈 어둠이었습니다. 안전모가 허공 위에 걸쳐져 있는 것처럼.
컨베이어 벨트 소리가 멈췄습니다.
공장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형체는 이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 걸음씩, 세 사람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세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습니다. 입구를 찾아 담장 틈으로 뛰쳐나올 때까지,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공장 안에서. 멈추지 않는 발소리.
공장 기록에서 찾은 것
나흘 뒤, 김 씨는 지역 도서관에서 1995년 6월 화재 사고 관련 신문 기사를 찾았습니다.
사망자 8명의 명단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의 이름 옆에는 '야간 교대 조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44세의 남성. 사고 당시 공장 1층 생산 라인에 홀로 남아 설비를 점검하다가 화재가 번져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사 본문 어딘가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교대 시간이 되면 후임 조장이 올 때까지 절대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으로 동료들 사이에 알려져 있었다.'
김 씨는 기사를 손에 쥔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 공장에는 지금도 아무도 가지 않습니다. 야간에 공단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 중 간혹 건물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야간 교대 조장은 아직도 후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0년째.
교대 근무자가 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이 이야기는 완전히 재창작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사고 및 특정 인물·장소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실제 폐건물 무단 침입은 불법이며 위험하므로 절대 시도하지 마십시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