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첫째 날, 아무 일도 없었다
올해 34세인 이 씨(가명)는 독립영화 감독이었습니다. 저예산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그는 경기도 외곽의 한 폐가를 촬영지로 섭외했습니다. 20년 넘게 비어 있던 2층짜리 일본식 목조 가옥. 지붕 기와는 반쯤 무너져 있었고, 마당에는 잡초가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로케이션이 완벽해요. 세트 안 지어도 되겠는데."
촬영감독 한 씨(가명, 31세)가 처음 폐가를 보고 한 말이었습니다.
2026년 3월 초, 스태프 7명이 폐가에 모였습니다. 조명팀 2명, 촬영팀 2명, 미술팀 2명, 그리고 이 감독. 촬영 일정은 3일. 첫째 날은 소품 세팅과 조명 테스트였습니다.
1층 거실에 오래된 식탁과 의자를 배치했습니다. 2층 안방에는 곰팡이 핀 이불과 깨진 거울을 놓았습니다. 복도에는 일본식 인형 세 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두었습니다.
미술팀이 모든 소품의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습니다.
첫째 날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 처음 발견한 이상
둘째 날 오전 8시. 스태프들이 폐가에 도착했습니다.
미술팀의 박 씨(가명, 27세)가 가장 먼저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1층 거실에 세팅해둔 의자 네 개 중 하나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누가 장난친 거 아니에요?"
모두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폐가에는 잠금장치가 없었지만, 민가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산자락이었습니다. 인근에 인적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이 감독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동물이 들어왔나 보죠. 원위치시키고 시작합시다."
그런데 2층에 올라간 미술팀이 다시 내려왔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복도에 세워둔 인형 세 개가 전부 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복도 안쪽을 바라보도록 세워두었습니다. 사진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세 개 모두 정확히 180도 돌아가 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돌아간 것이라고 하기엔, 인형의 받침대는 무거운 나무 블록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개가 동시에, 정확히 같은 각도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이 감독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습니다.
"...일단 원위치하고 촬영합시다."
카메라가 스스로 켜졌다
둘째 날 오후.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2층 안방에서 배우의 연기 씬을 찍고 있을 때였습니다. 1층에 세워둔 B카메라는 전원을 꺼둔 상태였습니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촬영감독 한 씨가 모니터를 보다가 소리쳤습니다.
"B캠 누가 켰어?"
아무도 1층에 내려간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니터에 B카메라의 영상이 잡히고 있었습니다. 1층 거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전원을 분명히 껐는데, 카메라가 켜져 있었습니다.
이 감독이 말했습니다. "접촉불량 아니에요? 한 감독님이 내려가서 확인 좀."
한 씨가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그가 1층에 도착해서 B카메라 앞에 섰을 때.
카메라가 저절로 꺼졌습니다.
한 씨가 카메라를 확인했습니다. 전원 스위치는 OFF 위치에 있었습니다. 누른 흔적도 없었습니다.
"감독님, 이거 이상한데요."
한 씨가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B카메라가 저절로 켜진 시점부터 약 4분 23초의 영상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텅 빈 거실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영상. 그냥 빈 거실.
한 씨가 영상을 끝까지 돌려보려는 순간, 조명팀의 최 씨(가명, 29세)가 소리쳤습니다.
"4분 11초. 거기 멈춰봐."
한 씨가 되감았습니다. 4분 11초.
거실 구석, 식탁 아래. 어두운 그림자 속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자의 일부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프레임을 하나씩 넘겨보니, 그것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호흡하듯이. 아주 천천히 부풀었다가 줄어드는 검은 덩어리.
7명의 스태프 전원이 모니터 앞에 모였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4분 19초. 그것이 멈췄습니다.
4분 20초. 그것이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얼굴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아니라, 텅 빈 어둠이었습니다. 구멍. 얼굴 위치에 뚫린 세 개의 검은 구멍.
4분 23초. 카메라가 꺼졌습니다.
폐가를 떠나지 못한 밤
이 감독이 말했습니다. "철수합시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7명이 장비를 챙겨 폐가를 나서려 했습니다. 오후 4시. 아직 해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 두 대 중 한 대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머지 한 대에 7명이 탈 수는 없었습니다. 견인차를 불렀습니다. 산골이라 도착까지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5시 40분. 3월의 해는 일찍 졌습니다. 폐가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소리가 들렸습니다.
2층에서. 아무도 없는 2층에서.
쿵. 쿵. 쿵.
무거운 것이 바닥을 치는 소리. 규칙적이었습니다. 정확히 3초 간격.
조명팀의 김 씨(가명, 25세)가 휴대폰을 꺼내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30초간 녹음했습니다.
녹음 파일을 재생해보았습니다.
소리가 녹음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7명 전원이 듣고 있는 소리가. 휴대폰에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쿵. 쿵. 쿵.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6시 12분.
소리가 멈췄습니다.
대신 2층 창문에 불이 켜졌습니다.
폐가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촬영용 발전기는 1층에 있었고, 2층에 연결한 조명 케이블은 촬영 종료 후 전부 분리해둔 상태였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빛은 형광등 빛이 아니었습니다. 촛불 같은, 흔들리는 붉은 빛이었습니다.
이 감독이 나머지 스태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도 쳐다보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 감독 본인도 모른다고 나중에 말했습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올려다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6시 38분. 견인차가 도착했습니다. 7명은 장비 대부분을 폐가에 남겨둔 채 그곳을 떠났습니다.
나중에 발견된 것들
다음 날, 이 감독은 장비 회수를 위해 낮 시간에 업체 직원 두 명과 함께 폐가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1층 거실은 전날 떠날 때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2층은 달랐습니다.
복도의 인형 세 개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세 개 모두. 나무 받침대까지 통째로.
그리고 2층 안방.
촬영용으로 가져다 놓은 깨진 거울 앞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1층 거실에서 가져온 의자였습니다. 그 의자 위에.
B카메라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전원이 켜져 있었습니다.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 있었습니다.
녹화 버튼이 눌려 있었습니다.
밤새 무언가를 촬영한 것입니다. 거울을 향해.
이 감독은 그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8시간 47분의 영상. 깨진 거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거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가 거울 앞에 있으니 카메라 자체가 비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에 카메라는 없었습니다. 거울 속에는 텅 빈 방만 있었습니다.
마치 거울이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비추고 있는 것처럼.
이 감독은 그 영상 파일을 삭제했습니다.
삭제하고 나서, SD카드도 부러뜨렸습니다.
영화는 제작이 중단되었습니다.
7명의 스태프 중 누구도 그 폐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혹시 경기도 ○○군 산자락에 있는 일본식 폐가 아시는 분 계신가요. 그곳에 절대 가지 마세요. 그곳에는 거울 너머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 글은 올라온 지 3시간 만에 삭제되었습니다.
이 감독이 직접 삭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구체적인 장소는 밝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