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잠든 학교
충청남도의 한 시골 마을. 인구 감소로 2016년에 폐교된 초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운동장에는 잡초가 허리까지 자랐고, 교실 창문은 대부분 깨져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학교 앞을 지날 때 고개를 돌리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올해 57세인 정 씨(가명)는 그 폐교 인근 부지의 야간 경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인근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서면서 도난 방지를 위한 경비였습니다.
정 씨의 경비 초소는 폐교에서 불과 50미터 거리에 있었습니다.
자정의 피아노
경비를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밤이었습니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정 씨는 초소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습니다.
라디오 사이로 피아노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라디오를 끄자, 피아노 소리는 더 선명해졌습니다.
또랑. 또랑. 또랑.
같은 음 세 개가 반복되었습니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마치 어린아이가 한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 것처럼.
소리는 폐교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정 씨는 손전등을 집어 들었습니다. 도둑이 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폐교에 남은 고철을 노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으니까.
정 씨는 폐교 정문으로 걸어갔습니다. 녹슨 철문은 체인으로 잠겨 있었고, 체인은 건드린 흔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또랑. 또랑. 또랑.
정 씨는 울타리 틈으로 교사 건물을 비추었습니다. 2층 구석, 음악실이었던 교실의 깨진 창문 사이로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음악실의 흔적
정 씨는 그날 밤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낮, 관리 사무소에 보고하고 담당자와 함께 폐교에 들어갔습니다.
1층 현관의 먼지에는 발자국이 없었습니다. 계단의 먼지에도. 복도의 먼지에도. 10년간 아무도 걷지 않은 먼지 위에는 어떤 흔적도 없었습니다.
2층 음악실 문은 안쪽에서 부식되어 반쯤 열려 있었습니다.
교실 안에는 오래된 오르간 하나와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가 있었습니다.
피아노 위에는 다른 모든 곳과 마찬가지로 두꺼운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건반 위를 제외하고.
피아노 건반 세 개. 정확히 '도', '도', '도'. 같은 건반 세 개 위의 먼지만 깨끗이 닦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건반 위에는 젖은 손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의 손 크기였습니다.
담당자가 말했습니다. "누가 장난친 거겠지."
하지만 정 씨는 바닥의 먼지를 가리켰습니다.
교실 바닥, 피아노 주변, 출입구에서 피아노까지. 발자국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피아노를 쳤다면, 반드시 바닥에 발자국이 있어야 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음
그날 밤부터 정 씨는 매일 자정에 피아노 소리를 들었습니다.
첫째 주: 같은 음 세 개의 반복.
둘째 주: 음이 다섯 개로 늘었습니다.
셋째 주: 간단한 멜로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정 씨는 그 멜로디를 알아보았습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린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동요. 그 멜로디가 매일 밤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아직도 연습하고 있는 것처럼.
넷째 주 금요일.
자정에 시작된 피아노 소리가 '학교 종이 땡땡땡' 전곡을 완벽하게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자마자.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명. 작은 손으로 치는 박수. 까르르 웃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10년 전에 폐교된 학교에서.
자정에.
정 씨는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말하지 않던 것
정 씨가 마을을 떠나기 전, 이장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 학교가 왜 폐교됐는지 알아? 학생 수가 줄어서가 아니여. 2016년에 마지막 남은 학생이 열두 명이었는데... 음악 시간에 사고가 있었어. 음악실 천장이 내려앉았거든. 다행히 다 살았어. 다 살았는데..."
이장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 뒤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거부했어. 다들 같은 말을 했지. '음악실에 다른 아이들이 있다'고. 자기들 말고 다른 아이들이 앉아서 웃고 있다고. 선생님 눈에는 안 보이는 아이들이."
폐교 음악실의 피아노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정이 지나면 그 근처에 가지 않습니다.
간혹 바람이 불면 피아노 줄이 울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매일 아침, 먼지 쌓인 건반 위에 새로 찍혀 있는 젖은 손자국.
그리고 그 손자국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