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의 학교
강원도 깊은 산자락, 비포장도로를 30분쯤 들어가면 낡은 철문이 나옵니다. 철문 위에는 녹슨 글씨가 남아 있습니다. '○○초등학교 ○○분교장.'
이 분교는 2004년에 폐교되었습니다. 마을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게 된 것입니다. 그 뒤로 22년째, 건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도시탐험가 채널을 운영하는 이○○ 씨(32세)와 친구 정○○ 씨(30세)는 지난 봄, 이 폐교를 탐험하기로 했습니다. 둘 다 5년 이상 폐허 탐험을 해온 베테랑이었습니다. 무서운 일은 겪어도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날 전까지는.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오후 4시, 이 씨와 정 씨는 철문을 넘어 교내로 들어섰습니다.
운동장은 잡초로 가득했습니다. 농구대는 반쯤 쓰러져 있었습니다. 교사 건물은 1층짜리 단층 건물로, 교실이 세 칸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였습니다.
첫 번째 교실. 문을 열자 찬바람이 확 밀려왔습니다. 바닥에는 오래된 교과서 몇 권이 흩어져 있었고,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카메라를 돌리며 차례로 교실을 기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다.
세 번째 교실 문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정 씨가 먼저 들어서다가 멈춰 섰습니다.
"잠깐만."
이 씨도 멈췄습니다.
교실 안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들
처음에는 바람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소리를 맞춰 읽는 소리였습니다.
"구구단을 외자. 이 이는 사. 이 삼은 육. 이 사는 팔..."
소리는 분명 교실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아이 목소리가 섞인, 그 특유의 합창 소리. 초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소리를 맞춰 읽는 그 소리.
이 씨는 카메라를 들어 교실 구석구석을 비췄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어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자, 다시 한 번. 이번엔 더 크게."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다정하고 또렷한 목소리.
이 씨와 정 씨는 둘 다 얼어붙었습니다.
칠판에 나타난 것
두 사람이 뒷걸음질로 문 쪽으로 물러나던 순간, 정 씨가 이 씨의 팔을 세게 붙잡았습니다.
"저거 봐."
정 씨가 가리킨 쪽을 이 씨가 천천히 돌아보았습니다.
칠판이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던 순간, 이 씨는 칠판을 카메라로 분명히 담았습니다. 텅 빈 칠판이었습니다. 희미한 분필 자국만 남아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칠판 한가운데에 글씨가 써 있었습니다.
분필로 쓴 듯한 흰 글씨.
'선생님, 보고 싶어요.'
두 사람은 그대로 뛰쳐나왔습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철문을 넘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 씨의 손이 너무 떨려서 정 씨가 대신 시동을 걸었습니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나서
며칠 뒤, 이 씨는 촬영 영상을 편집하다가 처음 세 번째 교실에 입장하던 장면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칠판은 분명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나서기 직전에 찍힌 칠판 화면. 글씨가 있었습니다.
이 씨는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 폐교의 마지막 선생님이 누구였는지, 폐교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씨는 이제 두 번 다시 그 길을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