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지 말라고 했던 그곳
정○○ 씨(가명, 24세)는 도시탐험을 취미로 삼는 청년이었습니다.
경기도 외곽, 2016년 폐교된 이후 한 번도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된 중학교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 학교에 대한 소문이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밤에 3층에서 불이 켜진다, 운동장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들어간 사람이 이상해진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정 씨는 소문을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2026년 5월의 마지막 밤, 정 씨는 혼자 그 학교 담장을 넘었습니다. 오전 1시 37분이었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교정에 들어서자마자 냄새가 달랐습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향 같은 것. 누군가 방금 전까지 무언가를 태운 것 같은 달큰하고 무거운 냄새였습니다.
정 씨는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1층 복도로 들어섰습니다. 교실 문은 대부분 활짝 열려 있었고, 바닥에는 수년치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 가로등 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복도를 희미하게 밝혀주었습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습니다. 이상한 것은 없었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쯤이었습니다.
타닥, 타닥.
발자국 소리였습니다. 3층에서 들려왔습니다. 맨바닥을 맨발로 걷는 것 같은, 아주 천천히 이쪽을 향해 오는 발자국 소리.
정 씨는 멈췄습니다. 계단 위를 핸드폰 불빛으로 비췄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자국 소리도 멈췄습니다.
정 씨는 10초쯤 기다렸다가 다시 발을 뗐습니다. 그 순간, 위에서 다시 소리가 났습니다.
타닥. 타닥. 타닥.
이번에는 더 빨랐습니다. 그리고 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미술실의 캔버스
정 씨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서웠는데 올라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발이 움직였습니다.
3층 복도. 발자국 소리는 이미 멈춘 뒤였습니다.
복도 맨 끝, 미술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습니다.
정 씨가 핸드폰 불빛을 안으로 비추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젤 위에 세워진 캔버스였습니다. A2 크기의 흰 캔버스. 먼지가 뿌옇게 쌓인 교실 안에서 그 캔버스만 유독 하얗고 선명했습니다.
정 씨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캔버스에는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검은 목탄으로 그린 초상화. 실선이 또렷하고, 세밀하고, 방금 완성한 것처럼 선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정○○ 씨 자신이었습니다.
머리 모양, 눈매, 콧등의 작은 점, 입 꼬리의 특이한 비대칭. 어떤 사진보다 더 정확하게 포착된 자신의 얼굴이 캔버스 한가득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하단, 목탄으로 쓴 글씨.
드디어 왔구나.
새벽 내내 울린 전화
정 씨는 그 순간의 기억이 뚝 끊긴다고 했습니다.
다음 기억은 학교 정문 바깥, 도로 위에 주저앉아 있는 자신이었습니다. 핸드폰 시간은 새벽 4시 12분이었습니다. 담장을 넘었던 1시 37분 이후 두 시간 반 이상의 기억이 없었습니다.
핸드폰 카메라 롤을 열었습니다. 1시 37분 이후로 찍힌 사진과 영상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침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한 정 씨는 그 학교를 온라인으로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지역 신문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폐교 직전 그 학교 미술 교사로 근무하다 갑작스레 사망한 중년 교사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교사는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알고부터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학교에 매일 밤 찾아와 혼자 미술실에서 시간을 보냈고, 동료들에게 내가 여기서 기다릴게, 언젠가 누군가 찾아올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기사에는 교사가 남긴 마지막 작품 사진도 실려 있었습니다.
이젤 위에 세워진 하얀 캔버스.
비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