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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체험

화상 상담 내담자의 배경이 제 방과 똑같아지고 있었습니다

야간 화상상담을 전담하던 29세 상담사는 내담자의 방 배경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상담실과 똑같아지는 것을 알아챈다. 알고 보니 그 내담자는 상담을 직접 신청한 적조차 없었다.

2026년 09월 21일 visibility 3,100 조회 NEW
화상 상담 내담자의 배경이 제 방과 똑같아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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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상담을 전담하던 사람

김하은 씨(가명, 29세)는 3년째 비대면 화상상담 플랫폼에서 임상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었다. 낮에는 예약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라, 그는 자연스럽게 밤 9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야간 상담을 전담하게 되었다.

상담실이라고는 해도 특별할 것 없는 원룸의 한 구석이었다. 크림색 스탠드 조명 하나, 낮은 책장, 화면 구석에 살짝 걸리는 작은 액자. 하은 씨는 그 구도를 3년 내내 그대로 유지해 왔다. 내담자들이 익숙한 배경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기 때문이다.

문영채 씨(가명, 20대 후반)를 처음 만난 것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초기 상담이었다. 목소리는 조용했고, 화면 속 영채 씨는 가상배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낡은 소파, 작은 협탁, 벽에 걸린 둥근 시계.

갑자기 바뀌는 목소리

세 번째 상담 즈음이었다. 대화 도중 영채 씨의 목소리 톤이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높낮이가 사라지고, 단어 사이의 간격이 길어졌다.

하은 씨가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질문과 전혀 무관했다.

"그 집, 아직도 그 시간에 문을 잠그시나요."

하은 씨는 처음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다시 물었다. 영채 씨는—혹은 그 목소리는—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되물었다. 정체를 캐물으면 얼버무리며 되묻고, 묻지도 않은 정보를 흘리는 방식이었다. 무속에서 말하는 대화형 퇴마 의식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했다.

세션이 끝날 즈음엔 다시 원래의 조용한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영채 씨는 그 사이의 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우연이라 여겼던 것들

다음 상담부터 하은 씨는 화면 속 배경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영채 씨의 방 협탁 위 스탠드가 하은 씨의 것과 똑같은 크림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번엔 흰색이었던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확신할 수 없어 넘겼다.

다음 회차에는 책장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창가에 있던 책장이 화면 왼쪽, 하은 씨의 책장과 정확히 같은 자리로 옮겨져 있었다. 우연이라기엔 각도와 높이까지 지나치게 닮아 있었다.

하은 씨는 그 무렵부터 상담이 끝나면 자신의 방을 한 바퀴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무언가 사라지거나, 바뀌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잃어버린 손목시계

가장 소름 끼쳤던 것은 그다음 상담이었다. 하은 씨는 몇 달 전부터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낡은 손목시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그냥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지낸 지 오래였다.

그날 상담에서 영채 씨가 몸을 살짝 틀었을 때,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협탁 옆 선반이 들어왔다. 그 위에 시계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가죽 줄, 살짝 긁힌 유리, 12시 방향 숫자가 지워진 자리까지—하은 씨의 손목시계와 똑같았다.

하은 씨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착각이라고 되뇌었지만, 그날 밤 내내 잠들지 못했다.

예약 기록 속 낯선 이름

다음날 하은 씨는 플랫폼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 영채 씨의 상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최초 예약 로그에는 신청자 이름란에 영채 씨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 남아 있었다. 3년 전, 몇 번의 상담 끝에 연락이 끊긴 예전 내담자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으로 예약이 걸린 지 4분 만에, 신청자 이름만 "문영채"로 수정되어 있었다. 수정 계정은 이미 탈퇴 처리된 계정이었고, 시스템 로그상 그 수정을 실행한 관리자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은 씨는 그제야 깨달았다. 영채 씨는 애초에 이 상담을 직접 신청한 적이 없었다.

마지막 상담, 같은 문장

다음 상담일, 하은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접속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열리자 영채 씨의 방이 보였다.

스탠드, 책장, 그리고 선반 위 손목시계. 하은 씨의 방에 있어야 할 것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그 방에 놓여 있었다. 액자 속 사진마저 흐릿하게 같은 구도였다.

영채 씨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은 씨는 무언가 말하려 입을 뗐다. 그 순간, 자신의 목소리와 화면 너머 영채 씨의 목소리가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같은 문장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여기가 더 편하시죠."

하은 씨는 그 말을 자신이 하고 있는 건지, 듣고 있는 건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녹화본 속 그 물건

상담 직후 하은 씨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통화를 종료했다. 손이 떨렸다. 그는 규정에 따라 저장해 둔 상담 녹화본을 다시 재생했다.

화면은 좌우로 나뉘어, 한쪽엔 영채 씨의 방이, 다른 한쪽엔 하은 씨 자신의 방이 나란히 있었다. 하은 씨는 자신의 화면 쪽을 확인하다 숨이 멎었다.

자신의 등 뒤, 원래 아무것도 없던 벽 구석에 작은 협탁이 하나 더 비쳐 있었다. 하은 씨의 방에는 없는 가구였다. 그것은 영채 씨의 방, 그 협탁과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녹화본을 몇 번을 돌려봐도, 실시간 상담 중에는 분명 보이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지금도

그 뒤로 하은 씨는 새로운 예약이 잡힐 때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방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어 둔다. 세션이 끝나면 그 사진과 다시 대조한다.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하은 씨는 말한다.

다만 요즘 들어, 화면에 비친 자신의 뒷모습이 실제 움직임보다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손을 들면, 화면 속 자신도 손을 든다. 아주 잠깐, 아주 조금 늦게.

하은 씨는 아직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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