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 현장에서 데려온 자개 거울
서지안 씨(가명, 29세)는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주말에는 유품정리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대부분은 오래된 가구와 옷, 손때 묻은 생활용품들이었다.
그날 작업했던 집은 홀로 살던 노년의 여성이 남긴 반지하 방이었다. 유족은 멀리 살아 정리를 업체에 맡기고, 물건 대부분을 처분해 달라고 했다. 짐을 정리하던 중 지안 씨는 방 한구석 이불장 속에서 자개로 꽃무늬가 새겨진 손거울 하나를 발견했다.
손잡이는 오래 만져 반질반질했고, 거울 뒤판에는 자개로 나비와 모란이 정교하게 박혀 있었다. 유족에게 물건 목록을 보고하자, 며느리라는 사람이 전화로 짧게 답했다.
"그런 건 그냥 버리셔도 돼요. 아니… 태워버리세요."
지안 씨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그 정교한 세공이 아까워, 몰래 가방에 챙겨왔다.
처음엔 그저 눈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집에 가져온 거울을 화장대 위에 세워두고, 지안 씨는 매일 아침 그 앞에서 화장을 했다. 처음 위화감을 느낀 건 거울을 들인 지 사흘째 되던 아침이었다.
머리를 넘기려 손을 들었는데, 거울 속 자신의 손이 아주 살짝… 늦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착각이겠거니 했다. 요즘 잠을 설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똑같았다. 손을 뻗으면 거울 속의 손이 반 박자 늦게 따라왔다. 마치 화질 낮은 화상통화 화면처럼, 아주 미세한 지연이 존재했다.
지안 씨는 친구 윤민경 씨(가명, 29세)를 집에 초대해 거울을 보여줬다. 민경 씨는 처음엔 웃으며 거울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너… 지금 손 흔드는 거 봤어? 살짝 늦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반사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연은 더 뚜렷해졌다. 이제는 고개를 돌리는 동작에서도, 눈을 깜빡이는 순간에도 거울 속 자신이 늦게 반응했다. 처음엔 반 박자였던 것이, 어느새 한 박자, 두 박자로 늘어났다.
더 이상한 건 디테일이었다. 거울 속 지안은 분명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거울 속 자신의 머리카락이 왼쪽으로 넘어가 있는 걸 발견했다. 지안 씨는 분명 오른쪽으로 넘겼는데.
그녀는 거울을 치워버릴까 여러 번 고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울 앞에 앉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졌다. 마치 거울 속 그녀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는 것처럼.
그것이 먼저 움직인 밤
새벽 두 시. 지안 씨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화장대 옆을 지나던 중, 무심코 거울 쪽을 바라봤다.
거울 속 자신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런데 지안 씨는 아직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였다.
거울 속의 그녀가, 먼저 멈춰 서 있었다.
지안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다시 걸어보았다. 거울 속 그녀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안 씨보다 한 걸음 먼저 발을 뗐다.
그녀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거울 속 그녀는,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지안 씨는 웃지 않았다.
지금도 그 거울은 어딘가에 있다
지안 씨는 그날 밤 거울을 이불로 덮어 베란다 구석에 던져놓았다. 다음 날, 유품정리 업체 동료에게 연락해 원래 그 방에 살던 노인에 대해 물었다.
동료가 알아본 바로는, 그 노인은 젊은 시절 화재로 얼굴에 큰 흉터를 입은 뒤 평생 그 거울로만 자신을 비춰보았다고 했다.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도, 다른 거울을 보는 것도 극도로 꺼렸다고.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그 거울 앞에서 몇 시간이고 혼잣말을 하는 걸 여러 번 봤다고 했다.
지안 씨는 그 거울을 정확히 어떻게 처분했는지 지금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요즘도 가끔, 다른 거울 앞에서 손을 흔들 때마다 순간적으로 멈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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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