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울을 처음 본 날
정○○ 씨(가명, 34세)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3월 어느 토요일, 그는 서울 외곽의 주말 앤티크 시장을 찾았다. 낡은 가구들, 오래된 도자기들, 빛바랜 사진들이 늘어선 그 시장 한 구석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높이 180센티미터가 넘는 전신거울이었다. 나무 프레임은 짙은 흑갈색이었고, 곳곳에 정교한 넝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유리 가장자리에는 세월의 흔적인 듯 은빛 얼룩이 져 있었다.
가격표에는 '15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크기와 장식을 생각하면 놀랍도록 저렴했다.
정 씨가 판매자에게 물었다.
"이거 어디서 난 거예요?"
판매자는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대답했다.
"경매에서요. 오래된 집 물건들 처리하는 곳에서."
정 씨는 그 거울을 구매했다. 거울을 차에 싣는데, 판매자가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
"밤에는 덮어두시는 게 나을 거예요."
처음에는 착란인 줄 알았다
거울을 침실 구석에 세워두었다. 낡은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유리는 선명하게 반사되었다. 그날 밤,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돌아온 정 씨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렸다.
그때, 거울 속에서 자신의 뒤쪽 허공을 보았다.
누군가 서 있었다.
정확히는, 누군가의 윤곽이 있었다. 희미하게. 거울 깊숙한 곳에, 정 씨의 반영 뒤로, 어두운 형체 하나.
정 씨는 즉시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형광등 아래 환한 침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거울을 다시 보았다. 형체는 사라져 있었다.
'빛의 각도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거울은 기억하고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정 씨는 점점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면, 자신의 동작보다 반영이 0.5초쯤 늦게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
물론 착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밤. 자다가 눈을 뜨면 거울이 보였다. 거울은 침실 구석에 있었고, 달빛이 들어오는 창문과 묘하게 각도가 맞아, 자는 정 씨의 침대가 거울에 비쳤다.
어느 날 밤, 눈을 뜬 정 씨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 침대에, 자신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의 발치에.
무언가가 앉아 있었다.
사람의 형태였다.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이 길었고,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다.
정 씨는 천천히 이불을 들어 발치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거울 속에 있었다. 발치에 앉아서. 이번엔 고개를 들고 있었다.
거울을 향해.
정 씨를 향해.
거울 속의 것은 현실에 없다
정 씨는 다음 날 거울을 창고로 옮겼다. 그 뒤로 침실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주 후, 그는 창고 문을 열었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창고 안에 세워둔 거울.
그 거울이 창고 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히 벽을 향해 세워두었는데.
그리고 거울 속에는, 창고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정 씨가 비쳐 있었다. 문간에 서 있는 정 씨의 모습.
그 뒤에. 아주 가까이.
그것이 서 있었다.
이번엔 등이 아니었다. 정면이었다.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눈, 코,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매끈한 피부만 있었다.
정 씨는 거울을 집 밖으로 버렸다. 그날 새벽에.
한 달이 지났다. 정 씨는 아직도 밤에 어두운 유리창을 보지 않는다.
자신의 뒤에 무언가가 있을까 봐.
이 이야기는 실제 공포 체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으며, 일부 내용은 각색되었습니다. 밤에 거울 앞에서 읽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