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에서 데려온 검은 전화기
최○○ 씨(가명, 33세)는 오래된 물건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지난달 주말 벼룩시장에서 그는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 한 대를 발견했다. 묵직한 몸체에 동그란 다이얼, 꼬불꼬불한 선이 달린 수화기.
다만 벽에 꽂는 전화선은 한 뼘 길이에서 싹둑 잘려 있었다. 주인은 값을 깎아 주며 이상하게도 서둘러 포장을 끝냈다.
"그냥 장식용이에요. 벽에 꽂을 데도 없고."
최 씨는 그 전화기를 거실 선반 위에 올려 두었다. 잘 어울렸다. 그날 밤까지는.
울릴 리 없는 벨소리
새벽 3시 7분.
따르르르릉.
최 씨는 잠결에 휴대전화를 더듬다가 눈을 번쩍 떴다. 휴대전화는 조용했다. 소리는 거실에서 났다.
전화선이 잘린 전화기가 울고 있었다.
벨은 열 번쯤 울리다 멈췄다. 최 씨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까지 버텼다. 아침에 보니 전화기는 선반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수화기도 제자리에 있었다.
이튿날 밤에도 새벽 3시 7분에 벨이 울렸다. 이번에는 그가 거실로 나가 수화기를 들었다.
지직거리는 잡음 뒤로,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말했다.
"내일 아침 8시 20분. 엘리베이터는 타지 마세요."
전화는 끊겼다.
그대로 이루어진 말들
다음 날 아침, 최 씨는 반신반의하며 계단으로 내려갔다. 8시 20분, 그가 1층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멈춘 엘리베이터에 이웃 몇 명이 갇혀 있었다.
그날 밤 전화는 또 울렸다.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 저녁 6시. 현관 앞 택배는 열지 마세요."
그날 저녁 6시, 현관 앞에 보낸 사람이 적히지 않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최 씨는 손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상자는 사라져 있었고, 옆집 사람이 자기 택배인 줄 알고 가져가 열었다가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상자 안에는 젖어서 썩은 흙과 머리카락이 가득했다고 했다.
전화는 틀린 적이 없었다. 최 씨는 그것이 두려우면서도 다음 새벽 3시 7분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전화만 있으면 나쁜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수화기를 든 채로
세 번째로 수화기를 든 밤, 전화기는 평소와 다른 말을 했다.
"이제 그만 듣고 싶으시죠. 그런데 당신이 세 번 받았으니, 다음은 제가 부탁할 차례예요."
최 씨는 소름이 돋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이튿날 그는 전화기를 상자에 넣어 분리수거장 구석에 내다 버렸다.
그날 밤 3시 7분, 거실에서 벨이 울렸다. 그리고 벨 소리가 뚝 끊겼다.
나가 보니 전화기는 선반 위에 있었다. 상자도, 포장도 없이. 그리고 수화기는 본체에서 떨어져, 선반 끝에서 꼬불꼬불한 선에 매달린 채 흔들리고 있었다.
수화기 안에서 작게 무언가 들렸다. 최 씨는 귀를 가까이 대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것은 최 씨 자신의 목소리였다.
"내일 아침에는,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어요."
그 뒤로
최 씨는 그 집을 나와 지금은 다른 곳에 산다. 전화기는 두고 왔다.
이사하던 날, 이삿짐 트럭 기사가 그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고 한다. 보낸 사람은 적혀 있지 않았다. 최 씨는 아직 그 상자를 열지 않았다.
상자 안에서 가끔, 아주 작게 벨소리가 난다.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공포 콘텐츠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