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짜리 나무 의자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 씨(가명, 31세)는 이사한 원룸에 작업용 의자가 필요했습니다. 월요일 저녁, 중고 거래 앱에서 찾은 낡은 나무 의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짙은 갈색 등받이에 얇은 방석이 달린 의자였고, 가격은 3만 원이었습니다.
판매자는 이상하리만치 서둘렀습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의자를 건네며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잘 쓰세요. 그냥... 밤에는 방 안에 두지 마시고요."
정 씨는 웃어넘겼습니다. 밤에 의자를 방 밖에 둘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날 밤 정 씨는 의자를 창가에 놓았습니다. 침대 발치에서 창가 의자까지는 줄자로 재 보니 정확히 120센티미터였습니다.
한 뼘씩 다가오는 의자
화요일 아침, 의자는 창가에 없었습니다.
침대 쪽으로 20센티미터쯤 옮겨져 있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이 청소하다 밀었거나 잘못 기억하는 것이려니 했습니다. 의자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장판에는 의자 다리 네 개가 눌렀던 자국이 또렷이 남아 있었습니다.
수요일 아침에는 40센티미터, 목요일 아침에는 60센티미터였습니다. 정 씨는 창가 쪽 장판에 마스킹 테이프로 의자 다리 자리를 표시해 두었는데, 매일 아침 의자는 테이프에서 정확히 20센티미터씩 더 멀어져 있었습니다. 침대 쪽으로, 한 뼘씩.
이것이 자신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목요일, 정 씨는 탁상용 홈캠을 설치했습니다. 이번에도 의자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영상 속 새벽 3시 12분
금요일 아침, 정 씨는 떨리는 손으로 녹화 영상을 열었습니다. 의자는 침대 쪽으로 80센티미터 와 있었습니다.
영상은 새벽 3시 12분까지 아무 일 없이 흘렀습니다. 적외선 모드의 흑백 화면 속에서 정 씨는 이불을 덮고 돌아누워 자고 있었고, 의자는 회색 윤곽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3시 12분 정각, 화면 전체가 지직거리며 2분간 끊겼습니다.
3시 14분. 화면이 돌아왔을 때 의자는 20센티미터 앞으로 와 있었습니다.
정 씨는 영상을 되돌려 3시 14분 직후의 장면을 몇 번이고 확대했습니다. 의자의 방석 가운데가 사람 엉덩이 모양으로 눌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마치 열기가 오르는 것처럼 일렁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의자 위에서, 무언가가 침대 쪽을 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발치에 놓인 것
정 씨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을 친구 집에서 보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와 보니 의자는 침대 발치 바로 앞에 붙어 있었습니다. 집을 비운 이틀 동안에도 의자는 한 뼘씩 움직인 것입니다. 창가에서 120센티미터, 더는 올 곳이 없는 자리였습니다. 좌판은 침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앉으면 침대 위의 사람과 마주 보게 놓인 방향이었습니다.
작업 마감 때문에 정 씨는 그날 밤 집에서 자야 했습니다. 불을 켜 둔 채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불은 꺼져 있었습니다. 시계는 3시 12분이었습니다.
끼익.
침대 발치에서 나무가 삐걱거렸습니다. 정 씨는 이불 속에서 눈만 떴습니다. 창으로 스며든 가로등 빛에 의자의 윤곽이 보였습니다. 그 위에 앉아 있던 무언가가 방금 일어서 정 씨 쪽으로 몸을 숙이는 것처럼, 의자가 한 번 더 삐걱거렸습니다.
이불 끝이 천천히 아래로 당겨졌습니다. 누군가 앉았던 자리의 온기가 정 씨의 발목까지 올라왔습니다.
버려도 돌아오는 것
정 씨는 맨발로 도망쳐 밤새 편의점에 있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와 홈캠 영상부터 열었습니다. 영상은 3시 12분에서 끊긴 채, 그 뒤로는 한 프레임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 씨는 의자를 분리수거장에 내다 버렸습니다.
월요일 저녁, 거래처 미팅을 마치고 돌아온 정 씨는 현관문을 열다가 멈췄습니다.
의자가 침대 발치에 있었습니다. 좌판이 침대를 향한 채, 좌판에는 사람이 방금까지 앉아 있었던 것처럼 방석이 눌려 있었습니다. 방석을 만져 보니 따뜻했습니다.
정 씨는 판매자 계정을 찾았습니다. 계정은 이미 탈퇴한 상태였고, 정 씨의 중고 거래 앱에는 알림이 하나 와 있었습니다.
'같은 의자를 찾는 이웃이 있어요.'
정 씨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집에는 의자를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삿짐을 쌀 때마다 정 씨는 확인합니다. 침대 발치 앞 빈 바닥에, 앉을 수 있는 무언가가 놓여 있지는 않은지.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