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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저주받은 물건
  •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
저주받은 물건

은퇴한 사부님이 물려준 발재봉틀이 밤마다 수놓은 이름

수선집을 물려받으며 함께 넘겨받은 구식 발재봉틀. 밤마다 낯선 이름이 수놓인 천 조각이 나타나고, 그 이름의 주인들은 얼마 뒤 크게 다쳤다. 어느 밤, 실이 새긴 것은 그녀 자신의 이름이었다.

2026년 09월 10일 visibility 3,591 조회 NEW
은퇴한 사부님이 물려준 발재봉틀이 밤마다 수놓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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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사부님이 남기고 간 발재봉틀

김하은 씨(가명, 31세)는 삼 년 전, 시장통 골목에서 작은 옷 수선집을 물려받았다. 원래 그 자리에서 삼십 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던 최 여사님(가명)이 지방으로 낙향하며, 단골손님 관리와 함께 가게에 있던 오래된 발재봉틀 한 대를 하은 씨에게 넘겨준 것이다. 손으로 페달을 밟아 돌리는 구식 재봉틀로, 전기 없이도 돌아가는 물건이었다. 검은 몸체에 금색 글씨가 반쯤 벗겨진 상표가 남아 있었고, 서랍 한 칸에는 아무도 쓰지 않는 듯한 녹슨 갈색 실타래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최 여사님은 재봉틀을 넘기며 딱 한 가지를 당부했다.

"가게 불 끄고 나서는 절대 이거 돌리지 마. 그리고 실이 저 혼자 끊기기 전엔, 뭘 수놓고 있는지 절대 들여다보지 마라."

하은 씨는 그저 오래된 기계라 조심스러운 것이려니 생각하고 웃어넘겼다. 최 여사님은 웃지 않았다. 대신 서랍 속 갈색 실타래를 가리키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저 실은 손대지 마. 원래부터 저기 있던 거야, 내가 산 게 아니고."

처음 발견한 이름

가게를 넘겨받고 반년쯤 지난 어느 밤, 하은 씨는 마감을 하다가 재단대 위에 못 보던 하얀 무명천 조각을 발견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 천에는 낯선 필체로 이름 하나가 수놓여 있었다. 자신이 쓰는 실이 아니었다. 서랍 속 그 녹슨 듯한 갈색 실이었다.

수놓인 이름은 '박길수'. 하은 씨는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후배가 장난을 친 거라 여기고 서랍에 넣어두었다. 손끝으로 자수를 만져보니 실이 미세하게 축축했다. 마치 방금 막 완성된 것처럼.

그로부터 며칠 뒤, 옆 건물 페인트 가게 사장님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리가 크게 부러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장님의 이름이 박길수였다.

하은 씨는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우연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흔한 이름이었고, 사다리 사고는 흔한 일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이름

그러나 두 달 뒤, 또 같은 무명천 조각이 재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오랜 단골손님인 할머니의 이름이었다. 그 할머니는 일주일 뒤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하은 씨는 그제야 최 여사님의 당부를 떠올렸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했지만, 최 여사님은 번호를 바꾼 뒤였다. 가게 인수 서류에 적혀 있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볼까 고민했지만, 그마저도 차마 부치지 못했다.

세 번째 천 조각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석 달 뒤였다. 이번엔 하은 씨 자신도 낯이 익은 이름이 아니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서야 근처 다른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 사람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다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은 씨는 재봉틀을 없앨까 몇 번이고 고민했다. 하지만 최 여사님이 삼십 년 동안 지켜온 물건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무엇보다 이 재봉틀 없이는 당장 밀린 수선 일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가게 문을 닫을 때마다 재봉틀에 두꺼운 천을 씌워두고, 페달 근처에 무거운 재단 가위를 올려두었다. 저절로 페달이 눌리지 못하게 하려는 나름의 방편이었다.

후배의 이름이 나타난 밤

효과가 있는 듯했다. 몇 달간 천 조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은 씨는 조금씩 마음을 놓기 시작했고, 재봉틀에 대한 이야기도 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밤, 가게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 미영 씨(가명)가 마감을 도와주고 먼저 퇴근한 뒤였다. 하은 씨가 마지막으로 문단속을 하러 재봉틀 쪽을 지나는데, 씌워둔 천 밑에서 희미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위를 올려둔 페달이 아주 조금씩, 저 혼자 눌리고 있었다.

천을 걷어내자, 재봉틀 바늘이 스스로 오르내리며 천 조각에 무언가를 새기고 있었다. 아직 다 완성되지 않은 글자였지만, 첫 두 글자만으로도 하은 씨는 누구의 이름인지 알 수 있었다. 미영 씨였다.

하은 씨는 그 자리에서 실을 잡아 끊었다. 바늘이 멈췄다. 그녀는 그날 밤 미영 씨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간 가게 근처에 오지 말라고,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다. 미영 씨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하은 씨는 답하지 못했다.

다행히 그 며칠 동안 미영 씨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은 씨는 그것이 자신이 실을 끊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 알 수 없었다.

실이 끊기지 않은 이름

그 일이 있고 두 주쯤 지난 밤, 하은 씨는 혼자 마감을 하고 있었다. 유난히 가게 안이 조용했다. 재봉틀에 씌워둔 천을 정리하려는데, 그 아래에서 다시 페달이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가위조차 아무 소용이 없었다. 페달이 저절로 오르내리며 바늘이 규칙적으로 천을 뚫었다. 하은 씨는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천을 걷어냈다.

수놓이고 있는 글자의 첫 획을 본 순간, 하은 씨는 숨을 멈췄다. 자신의 성씨였다.

실을 끊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번에는 실이 끊어지지 않았다. 손끝으로 아무리 당겨도 실은 팽팽하게 버틸 뿐이었다. 바늘은 계속 움직였고, 두 번째 글자, 세 번째 글자까지 이어졌다. 완성된 이름은 김하은, 자신의 이름 그대로였다.

바로 그때, 재봉틀이 스스로 멈췄다. 처음으로, 실이 저절로 끊겼다.

지금도 가게를 지키는 이유

하은 씨는 그 뒤로도 여전히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재봉틀을 없애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 재봉틀이 없는 자신의 가게를 상상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저것을 남에게 넘기면 이 이상한 인과가 아무 상관 없는 누군가에게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대신 그녀는 이제 가게 문을 닫기 전, 항상 재봉틀 앞에 앉아 한참을 지켜본다. 무언가 새겨지기 시작하면, 실이 저절로 끊기기 전에 자신의 손으로 먼저 끊어내기 위해서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졌던 그 천 조각은, 지금도 서랍 맨 안쪽에 넣어두었다. 실이 끊긴 자리에는 짧은 실오라기 하나가 여전히 매달려 있다. 마치 언제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듯이.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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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속 수선집, 재봉틀, 인물 관계 등은 모두 가상의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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