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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민원 창구 직원은 "아까 오전에 이미 다녀가셨잖아요"라고 말했다

등본을 떼러 간 주민센터에서 직원은 오전에 본인이 이미 다녀갔다고 했다. 같은 베이지색 코트, 같은 필체로 적힌 신청서. 집에 돌아온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젖은 코트 한 벌이었다.

2026년 10월 01일 visibility 2,573 조회 NEW
민원 창구 직원은 "아까 오전에 이미 다녀가셨잖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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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본 한 통을 떼러 간 오후

이○○ 씨(가명, 29세)는 이직 서류에 필요한 등본을 떼기 위해 점심시간에 동네 주민센터를 찾았다. 가을비가 흩뿌리던 날이었고, 그녀는 지난겨울 큰맘 먹고 산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창구 앞에 앉았다. 신분증을 내밀자 중년의 여직원이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멈췄다.

"어, 오늘 오전에 오셨잖아요. 아침 아홉 시쯤."

"저요? 저는 오늘 처음 왔는데요."

"아니에요. 그때도 그 코트 입으셨고, 주소 변경 신청서 쓰고 가셨어요. 제가 직접 받았는데."

직원은 웃으며 말했지만, 이 씨의 웃음은 입가에서 굳어 버렸다.

내 글씨로 적힌 신청서

직원이 서랍에서 접수 서류를 꺼냈다. 이름, 생년월일, 서명. 모두 이 씨의 것이었다. 삐죽하게 올라가는 'ㅅ'의 획, 끝을 길게 끄는 서명까지 똑같았다. 그녀 자신이 써도 이렇게 똑같이 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신청서의 새 주소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빌라 지하 1층.

그곳은 이 씨가 살고 있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 빌라에는 지하 층에 사는 사람이 없었다. 지하는 보일러실과 잠긴 창고뿐이었다.

"보증금 서류는 나중에 가져오신다고 하셨는데... 괜찮으세요? 얼굴이 하얘지셨어요."

이 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직원이 덧붙인 말이 오래도록 귀에 남았다.

"그런데 그분, 이상하게 우산이 없으셨는데 코트가 하나도 안 젖어 있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비가 왔잖아요."

집으로 가는 길

이 씨는 서류도 받지 않고 주민센터를 나왔다. 빗방울이 코트 어깨를 두드렸다. 신호등 앞에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건너편 횡단보도에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뒷모습이었다. 어깨선도, 젖은 머리를 넘긴 모양도 그녀와 같았다.

신호가 바뀌었다. 여자는 걷기 시작했다. 이 씨는 저도 모르게 그 뒤를 따랐다. 여자는 골목을 돌아 그녀가 사는 빌라 쪽으로 걸어갔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빌라 앞에서 이 씨가 모퉁이를 돌았을 때,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빗소리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철문 앞에서 시작된 젖은 발자국이, 건물 안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현관 고리에 걸린 코트

이 씨는 발자국을 밟지 않으려고 벽에 붙어 3층 자기 집까지 뛰어 올라가 문을 잠갔다. 발자국이 몇 층에서 끊겼는지는 돌아보지 못했다.

숨을 고르며 불을 켰다. 현관 고리에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가 걸려 있었다.

이 씨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지금 그 코트를 입고 있었다.

고리의 코트는 흠뻑 젖어 있었다. 소매 끝에서 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것은 오늘 날짜와 오전 9시 2분이 찍힌, 주민센터 번호표였다.

그리고 침대 이불이 방금 일어난 사람의 모양으로 움푹 패어 있었다. 베개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아직 설명할 수 없는 것

이 씨는 그날 밤을 친구 집에서 보냈고, 다음 날 이직 서류 제출을 포기했다. 경찰에 연락했지만 '본인이 직접 신청한 서류'라는 설명 외에 들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 씨는 지금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그런데 얼마 전 새 집 우편함에 주민센터에서 온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주소 변경이 완료되었습니다. 변경 전 주소: ○○빌라 지하 1층. 변경 후 주소: 현재 거주지.'

이 씨는 이사한 뒤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새 주소를 아는 사람은 이삿짐센터 기사뿐이었다.

지금도 비 오는 날이면 그녀는 횡단보도 건너편을 먼저 확인한다.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서 있지는 않은지.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콘텐츠입니다. 등장 인물·장소는 모두 가상이며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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