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직전의 승강장
최 씨(가명, 34세)는 오래된 빌라에 혼자 살며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입니다. 그날은 마감 때문에 밤 11시 20분이 되어서야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회색 코트에 검은 가방, 늘 입고 다니던 차림이었습니다.
지하철 승강장에는 최 씨 말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형광등 하나가 불규칙하게 깜빡였고, 환승 통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트 자락을 흔들었습니다. 전광판에는 다음 열차가 4분 뒤에 도착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최 씨는 휴대폰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습니다. 선로 건너편 승강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건너편의 남자
건너편에도 사람이 한 명 서 있었습니다.
회색 코트, 검은 가방. 다만 가방끈은 왼쪽 어깨에 걸려 있었습니다. 최 씨는 늘 오른쪽 어깨에 메는데도요. 최 씨는 처음에 비슷한 옷차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형광등이 한 번 깜빡이는 사이, 그 남자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최 씨의 얼굴이었습니다.
턱의 작은 점도, 피곤해서 처진 눈꺼풀도, 오늘 아침 면도하다 벤 상처도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점과 상처가 모두 반대쪽에 있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최 씨는 반사된 유리창이 아닐까 싶어 주변을 살폈습니다. 건너편에는 유리창도 거울도 없었습니다. 콘크리트 기둥과 광고판뿐이었습니다.
최 씨가 오른손을 올려 보았습니다. 건너편 남자는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웃기 시작했습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속도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눈은 웃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최 씨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마치 오래 기다린 사람을 만난 것처럼 고개를 한 번 끄덕였습니다.
그때 건너편 선로로 반대 방향 열차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선로 위로 바람과 소음이 몰려왔고, 최 씨와 건너편 사이를 객차의 불빛이 가렸습니다.
열차가 떠난 뒤, 건너편 승강장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
다음 날 아침, 옆자리 동료가 커피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어제 안 가셨어요? 제가 놓고 간 게 있어서 자정 조금 넘어서 사무실에 들렀거든요. 선배 자리에 앉아 계시길래 인사했는데, 대답은 안 하고 웃기만 하시더라고요."
최 씨는 11시 20분에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자정에는 집으로 가는 열차 안에 있었습니다.
자리로 가 보았습니다. 모니터는 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출근하기 전까지 아무도 앉지 않았을 의자가 방금까지 누가 앉아 있던 것처럼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올려 둔 최 씨의 머그컵이 반대쪽으로 돌려져 있었습니다. 늘 오른손으로 집기 좋게 오른쪽을 향해 두던 손잡이가, 왼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승강장의 그 남자처럼, 모든 것이 좌우가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어지는 것
그날부터 최 씨는 지하철을 타지 않습니다.
사흘 뒤, 다시 야근을 마친 밤 11시 반.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기사가 백미러로 최 씨를 힐끗 보며 말했습니다.
"손님, 한 시간 전에도 이 길로 모셨잖아요. 같은 코트 입고, 같은 빌라 앞에서 내리셨는데. 뭘 두고 내리셨어요?"
최 씨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택시를 탄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전이면, 최 씨는 아직 사무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빌라 앞에 내려 올려다본 최 씨의 집 창문에는, 아침에 분명히 끄고 나온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은 가명이며 실제 인물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