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지 않은 전화
한○○ 씨(가명, 33세)는 지방에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전화를 드렸다. 바쁘다는 핑계였고,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지난 일요일 통화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요즘 웬일로 매일 전화를 하니. 고맙다, 아들."
한 씨는 어리둥절했다. 이번 주에 건 전화는 이 통화가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매일 밤 열한 시쯤, 한 씨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 통화 기록에도 남아 있다고.
한 씨는 자신의 휴대폰 발신 기록을 열었다. 방금 이 통화 전까지 일주일 동안, 어머니에게 건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
내 목소리가 한 말
"뭐라고 하던가요, 그 전화에서."
한 씨는 최대한 담담하게 물었다. 어머니는 기억을 짚었다. 밥은 먹었냐고 했고, 무릎은 괜찮냐고 했고, 어릴 때 키우던 개 이름을 불렀다고 했다. 한 씨가 어머니와 단둘이서만 아는 이야기였다.
"목소리는요? 제 목소리 맞았어요?"
"네 목소리지 누구 목소리겠니. 근데 좀 이상하긴 했어."
"뭐가요?"
"숨소리가 없더라. 말이 끝나도 숨 쉬는 소리가 하나도 안 났어."
한 씨는 어머니에게 오늘 밤부터는 그 전화를 받지 말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가볍게 웃었다.
열어 놓으라는 말
월요일 밤, 어머니는 한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열한 시에 또 전화가 왔고, 내일 저녁에 집에 오겠다고, 현관을 열어 두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씨는 답장을 쓰다 말고 외투를 집어 들었다. 막차는 이미 끊겨 있었고, 한 씨는 화요일 아침 첫 기차를 탔다.
어머니 집에 도착한 것은 화요일 점심 무렵이었다. 현관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손이 미끄러웠다. 문을 열자 어머니는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왔니. 근데 아까도…"
"엄마,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한 씨는 어머니 옆에 앉아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은 차가웠다. 두 사람은 거의 말없이 오후를 보냈다. 해가 지자 거실 형광등을 켰다. 벽시계가 일곱 시를 지나고, 여덟 시를 지났다.
현관 밖의 도어락
여덟 시 십 분, 어머니의 휴대폰이 식탁 위에서 울렸다. 늘 전화가 오던 열한 시보다 훨씬 이른 시각이었다. 화면에는 '아들'이라는 이름과 한 씨의 번호가 떠 있었다. 한 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발신 기록은 없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를 켰다.
"엄마."
한 씨의 목소리였다. 정확히 한 씨의 말투였다. 숨소리는 없었다.
"문 열어 놨지? 지금 문 앞이야."
그때,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다.
삑, 삑, 삑, 삑.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였다. 한 씨가 어머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현관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 그런데 도어락 번호는 맞게 눌리고 있었다. 한 씨가 평생 쓰던 어머니 집 번호 그대로.
띠리릭.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거실 안까지 울렸다.
이후
그날 밤 한 씨와 어머니가 어떻게 집을 나왔는지, 한 씨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현관문이 열리기 직전 전화가 끊겼고, 어머니 휴대폰 통화 기록에 '아들' 번호로 통화 시간 사 분이 남아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머니가 스피커를 켠 순간부터 끊길 때까지는 채 일 분도 되지 않았는데도.
그 뒤로 한 씨는 매일 밤 열한 시가 되기 전에 어머니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어머니가 받는 목소리가 정말 어머니인지 확인하려고.
그리고 어머니도 매번 묻는다.
"너 맞지?"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