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
한 씨(가명, 31세)는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2시, 한 씨는 회의실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시안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회의는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졌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 동료가 이상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아까 2시쯤 1층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잖아요. 인사했는데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무슨 일 있어요?"
한 씨는 웃으며 사람을 잘못 봤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동료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그 베이지색 코트, 분명 한 씨였어요. 머리도 똑같이 묶고."
한 씨는 그날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시에는 단 한 번도 회의실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회의실에는 일곱 명이 있었고, 모두가 증인이었습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사람
이틀 뒤, 한 씨는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건너편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베이지색 코트, 낮게 묶은 머리, 왼쪽 어깨에 걸친 갈색 가방. 얼굴은 가로등 불빛이 눈부셔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호가 바뀌었습니다. 한 씨가 걸음을 떼자 건너편의 사람도 같은 속도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어깨가 스칠 만큼 가까이 지나쳤습니다.
그때 한 씨는 향기를 맡았습니다. 자신이 매일 쓰는 로즈 향 핸드크림 냄새였습니다. 돌아보았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인파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뒤로 한 씨는 하루에 한 번씩 그 사람을 보았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편의점 유리창 너머에서, 건물 로비의 어두운 거울 안쪽에서. 매번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복도 끝의 얼굴
일요일 밤 11시. 야근을 마친 한 씨는 아파트 복도에 들어섰습니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복도 끝까지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복도 맨 끝, 자신의 집 현관 앞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베이지색 코트였습니다.
그 사람은 현관 도어락 앞에 서서 천천히 키패드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삑, 삑, 삑, 삑. 한 씨가 매일 누르는 바로 그 비밀번호, 그 손가락의 리듬이었습니다.
한 씨는 숨을 멈춘 채 자기도 모르게 몇 걸음 다가가다 그대로 굳었습니다. 현관까지는 고작 서너 걸음이었습니다. 도어락이 철컥 하고 풀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한 씨의 얼굴이었습니다.
머리 모양도, 눈매도, 입술 옆의 작은 흉터도 똑같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습니다. 한 씨의 흉터는 오른쪽 입가에 있는데, 그 얼굴의 흉터는 왼쪽에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그것이 한 씨를 보고 웃었습니다. 한 씨가 한 번도 지어 본 적 없는, 입꼬리만 아주 길게 올라가는 웃음이었습니다.
"왔어?"
한 씨의 목소리였습니다. 한 씨가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듣는 목소리 그대로.
먼저 들어간 사람
그것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 불이 켜졌습니다. 문이 천천히 닫히는 동안에도 한 씨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문틈 사이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오늘은 내가 들어갈게."
철컥. 도어락이 잠겼습니다. 곧이어 문 안쪽에서 도어락 설정음이 짧게 울렸습니다.
한 씨는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다가가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삑, 삑, 삑, 삑. 하지만 도어락에서는 짧고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릴 뿐이었습니다. 번호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한 씨는 문 앞에 주저앉았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밥은 먹었니? 아까 집에 들어갔다고 전화했잖아. 목소리가 좀 이상하던데, 감기 걸렸니?"
한 씨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문 안쪽에서는 낮은 콧노래와 함께 샤워기 물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씨가 즐겨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한 씨는 112를 누르려다 손을 멈췄습니다. 저 문 안에 있는 사람이 한 씨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한 씨에게는 없었습니다.
한 씨는 날이 밝을 때까지 그 복도에서 문 안쪽의 불빛이 꺼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회사 동료들은 출근한 한 씨에게 평소처럼 인사했습니다. 그 한 씨는 평소처럼 웃으며 답했고, 입가의 흉터가 어느 쪽에 있는지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복도에 남은 한 씨는 그 뒤로 누구에게도 인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관계가 없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