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가 끊기기 전에
서울에서 IT 회사를 다니는 박○○ 씨(가명, 33세)는 야근이 잦기로 유명한 팀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벽 0시 28분. 지하철 2호선 막차에 간신히 올라탄 박 씨는 텅 빈 객실 구석 자리에 털썩 앉았습니다.
객실 안에는 박 씨 외에 세 명이 더 있었습니다. 한 명은 맞은편 끝자리에서 자고 있었고, 두 명은 출입문 근처에서 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형광등 불빛이 창백하게 객실을 비추고 있었고, 창밖은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이었습니다.
박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메신저를 확인하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알았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객실 유리창을 보았습니다.
같은 얼굴, 다른 표정
야간 터널을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창유리는 완벽한 거울이 됩니다. 박 씨는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구겨진 셔츠, 축 늘어진 어깨, 피곤에 절은 얼굴.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박 씨는 지금 무표정하게 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리 속 자신은... 웃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곤해서 눈이 이상한 것이라고. 박 씨는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봤습니다.
유리 속 얼굴이 여전히 웃고 있었습니다.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박 씨 본인의 얼굴은 분명 무표정이었는데.
그 순간, 유리 속 얼굴이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기울였습니다.
박 씨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손을 들었을 때
박 씨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공포로 굳어버린 채 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유리 속 자신은 계속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웃음이...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눈은 웃지 않는데, 입만 계속 넓게 벌어지는 형태로.
그리고 그것이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습니다.
박 씨의 오른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은 채로.
박 씨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뒤에서 "삼성역입니다" 하는 안내 방송이 울렸고, 지하철이 밝은 역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터널의 어둠이 사라졌습니다.
유리창은 다시 그냥 창문이 되었습니다. 박 씨의 피곤하고 창백한 얼굴만이 비쳤습니다. 표정 없이.
박 씨는 그 역에서 내렸습니다. 자신의 목적지가 아니었는데도.
그날 이후
박 씨는 그날 밤 결국 삼성역 근처 편의점에서 새벽 내내 시간을 보내다 첫차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며칠 후, 박 씨는 친한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친구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그날... 나 너한테 전화했거든. 네가 받았어. 그런데 목소리가 이상했어. 뭔가 너 같지가 않아서 끊었는데."
박 씨의 휴대폰은 그날 새벽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습니다.
박 씨는 지금도 지하철 막차는 타지 않습니다.
그리고 터널을 지날 때는, 절대로 창밖을 보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