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 같은 엘리베이터
정다혜 씨(가명, 31세)는 3년째 같은 오피스텔 15층에 살고 있었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그녀의 마지막 수업은 밤 11시에 끝났고, 정리를 마치고 건물에 도착하는 시간은 언제나 11시 40분 전후였다.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부르고, 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가 15층 버튼을 누른다. 뒷벽에는 오피스텔 특유의 커다란 거울이 붙어 있었다.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봐온, 지겹도록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상함을 처음 느낀 건 두 달 전이었다. 버튼을 누르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봤을 때, 거울 속 자신이 아주 살짝, 늦게 고개를 드는 것 같았다.
찰나였다. 눈을 두 번 깜빡이는 정도의 차이. 다혜 씨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처음엔 그저 미세한 지연이었다
그날 이후로 다혜 씨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거울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머리카락을 넘기면, 거울 속 손이 반 박자 늦게 올라왔다. 고개를 돌리면, 거울 속 얼굴이 살짝 뒤늦게 따라 돌았다. 마치 화질 낮은 화상통화를 보는 것처럼, 아주 미세한 지연이 있었다.
처음 일주일은 그 간격이 거의 눈치채기 힘들 정도였다. 다혜 씨는 애써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 넘겼다. 실제로 그즈음 학원 시험 기간이라 며칠 밤을 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 기간이 끝나고 충분히 잠을 자기 시작한 뒤에도, 그 지연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짧아지고 있었다.
점점 짧아지는 간격
다혜 씨는 어느 순간부터 이 현상을 은근히 시험해보기 시작했다. 손을 들었다 내리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눈을 크게 떴다 감으며 거울 속 자신을 관찰했다.
처음엔 눈 깜빡임 두 번 정도의 지연이었던 것이, 한 번으로 줄었다. 며칠 뒤에는 절반으로, 또 며칠 뒤에는 거의 알아채기 힘들 만큼 짧아졌다.
그리고 어느 밤, 11시 40분. 다혜 씨가 거울 앞에서 손을 들어 올렸을 때, 거울 속 손도 정확히 동시에 올라왔다.
지연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상하게도 다혜 씨는 그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안도감은 딱 하루밖에 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순서가 뒤바뀌었다
다음 날 밤, 다혜 씨는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거울을 봤다. 15층 버튼을 누르려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거울 속 손이 먼저 움직였다.
다혜 씨는 아직 손을 뻗지도 않았는데, 거울 속 자신은 이미 손가락을 버튼 쪽으로 뻗고 있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혜 씨는 얼어붙은 채로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 자신은 그런 다혜 씨를 보며,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다혜 씨는 웃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매일 밤, 거울 속 그것은 항상 다혜 씨보다 한 박자 먼저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려 하면 거울 속 얼굴이 이미 돌아가 있었다. 눈을 감으려 하면 거울 속 눈이 먼저 감겼다 떠지며 다혜 씨를 응시했다.
그 간격은 날이 갈수록 점점 벌어졌다. 처음엔 반 박자였던 것이, 이제는 한 박자, 두 박자로.
마지막으로 확인한 그 밤, 다혜 씨가 엘리베이터에 타서 아직 문도 채 닫히기 전이었다. 거울 속 그녀는 이미 15층 버튼 앞에 서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저 나가 있을게."
거울 속 입술이 그렇게 움직였다. 소리는 없었다. 그저 입 모양만.
지금도 그 시간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다혜 씨는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15층까지 매일 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다리는 아프지만, 그 편이 낫다고 그녀는 말한다.
한 가지 이상한 일이 더 있었다. 얼마 뒤 같은 층 이웃이 다혜 씨에게, 그날 밤 11시 40분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모습을 봤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다혜 씨는 그 시간에 이미 계단으로 올라와 방 안에 있었다.
다혜 씨는 지금도 가끔 거울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멈춘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먼저 움직이는 것인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언젠가부터 항상 무언가가 자신보다 먼저 움직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혜 씨는 아직도 궁금해한다. 만약 어느 날 자신이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인다면, 그 순간 거울 밖에 서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일지.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