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시작한 챌린지
윤소민 씨(가명, 29세)는 집에서 혼자 작업하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마감에 쫓기지 않는 날이면, SNS 피드를 넘기는 게 거의 유일한 잡담 창구였다.
그날도 침대에 누워 피드를 넘기다가, 최근 유행하는 '닮은꼴 찾기' 챌린지를 발견했다. 얼굴 인식 기능으로 자신과 가장 닮은 SNS 계정을 찾아주고, 서로 팔로우해 인사를 나누는 가벼운 놀이였다.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요즘 부쩍 유행하고 있었다.
소민 씨도 별생각 없이 참여 버튼을 눌렀다. 앱이 몇 초간 얼굴을 분석하는 동안, 원형 로딩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결과가 떴다. 일치율 98퍼센트.
계정 이름은 낯선 영문과 숫자 조합이었다. 프로필 사진을 눌러 확대한 순간, 소민 씨는 잠깐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눈매, 콧날, 입가에 있는 작은 점 하나까지. 그냥 닮은 정도가 아니었다. 완전히 같은 얼굴이었다.
소름 끼치게 닮은 계정
신기한 마음에 소민 씨는 먼저 DM을 보냈다.
"저희 진짜 똑같이 생겼네요. 소름 돋아요 ㅎㅎ"
상대는 금세 답장을 보냈다.
"그러게요. 저도 방금 보고 놀랐어요. 반가워요."
말투도, 이모티콘을 쓰는 습관도 이상하리만치 비슷했다. 둘은 며칠간 가볍게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사는 지역이나 직업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서로 밝히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색깔, 최근 본 영화, 자주 시키는 커피 메뉴까지 놀랍도록 겹쳤다.
소민 씨는 그저 재미있는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 계정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조금씩 다른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겹치는 배경
상대 계정은 일상 사진을 자주 올렸다. 카페에서 찍은 커피잔,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같은 평범한 사진들이었다.
문제는 그 배경이었다.
어느 날 올라온 사진 속 책상은, 소민 씨 자신의 작업 책상과 나뭇결 무늬까지 똑같았다. 소민 씨는 넌지시 그 책상을 어디서 샀는지 물었다. 상대는 온라인 중고 거래로 샀다고 짧게 답했다. 소민 씨의 책상도 마찬가지였다.
며칠 뒤에는 창밖으로 옆 건물 간판의 일부가 사진에 걸렸는데, 소민 씨 방 창문에서 보이는 각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다음 사진에는 소민 씨가 그저께 사서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머그컵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소민 씨는 애써 웃어넘기려 했다. 흔한 브랜드의 흔한 물건일 뿐이라고. 하지만 정말 소름 끼쳤던 건 따로 있었다.
시계는 언제나 몇 분 빠르게
상대 계정 사진 한구석에는 종종 벽시계가 걸려 있었다. 소민 씨는 어느 순간부터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그 시계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시계는 언제나 정확히 7분 빨랐다. 소민 씨 방에 걸린 시계보다 딱 7분.
팔로워 수도 이상했다. 소민 씨의 계정 팔로워가 하루에 3명, 5명, 2명씩 늘어나면, 상대 계정의 팔로워도 정확히 같은 숫자만큼 늘어 있었다. 단 하루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소민 씨는 더는 우연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손끝이 떨렸다.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저 스토킹하시는 거 아니죠?"
상대는 한참 뒤에야 답장을 보냈다.
"저도 소민 씨가 무서워요. 자꾸 저를 따라 하시는 것 같아서요."
소민 씨는 상대를 따라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메시지 속 말투에는 정말로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마치 둘 다, 상대가 자신을 흉내 내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날 이후로 소민 씨는 새 옷을 사도, 새 카페에 가도 며칠 뒤 상대 계정에 비슷한 사진이 올라오지 않는지부터 확인하게 됐다.
"이제 곧 만나자"
그러던 어느 밤 늦게, 상대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제 곧 만나자."
그것뿐이었다. 소민 씨가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려던 순간, 화면에 안내 문구가 떴다.
상대방이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프로필 사진도, 그동안의 대화 내용도 순식간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소민 씨는 멍하니 텅 빈 채팅창을 바라봤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정확히 3분 뒤, 소민 씨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자신의 계정에 새 게시물이 올라왔다는 알림이었다.
소민 씨는 아무것도 올린 적이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앱을 열었다. 낯선 게시물이 피드 맨 위에 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소민 씨의 방이 찍혀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소민 씨가 앉아 있는 바로 그 책상. 그 노트북. 방금 확인한 그 머그컵까지.
그리고 사진 한가운데, 뒷모습으로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등에 걸친 카디건, 헝클어진 머리 모양까지 소민 씨 자신과 똑같았다.
사진은 지금 이 순간, 소민 씨의 등 뒤에서 찍힌 것이었다.
소민 씨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챌린지
그 뒤로 소민 씨는 계정을 삭제 신청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계정은 여전히 검색됐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프로필 사진은 여전히 소민 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민 씨는 이제 카페에서든 거리에서든 낯선 사람에게 "저랑 닮으셨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방에 혼자 있을 때면, 등 뒤에서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는 듯한 서늘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닮은꼴 찾기 챌린지는 지금도 여전히 유행 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계정을 발견하고, 신기해하며 먼저 말을 걸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이미 자리를 바꿔치기당한 누군가가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