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우리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올여름은 유독 더웠습니다.
대학교 3학년이던 이 씨(가명, 22세)와 친구들은 기말시험이 끝난 직후 특별한 '놀이'를 계획했습니다. 같은 과 동기 넷이서, 학교 근처 낡은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게임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게임. 해외 오컬트 커뮤니티에서 유래한 도시전설 의식입니다. 혼자, 10층 이상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타서 특정한 순서로 층을 오르내리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씨의 친구 정 씨(가명, 23세)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어차피 귀신 같은 건 없거든. 우리 해보자. 재밌겠다."
반신반의했지만, 기말시험 스트레스가 쌓인 넷은 그날 밤 건물로 향했습니다.
7월의 엘리베이터
목적지는 학교 정문에서 두 블록 거리의 낡은 주상복합 건물이었습니다. 15층짜리. 80년대 후반에 지어진 건물로, 외벽이 군데군데 회색 얼룩으로 번져 있었고, 복도마다 형광등이 깜빡였습니다.
7월 한여름인데도 건물 안은 서늘했습니다. 바깥의 열기와 완전히 단절된 듯 차가운 공기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 씨, 정 씨, 최 씨(가명, 22세), 그리고 박 씨(가명, 23세). 넷 중 정 씨가 혼자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나머지는 1층 입구에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룰은 간단했습니다. 4층, 2층, 6층, 2층, 10층, 5층, 1층 순서로 버튼을 눌러 이동하고, 10층에서 여자가 타더라도 절대로 그 여자를 보거나 말을 걸지 말 것. 마지막에 1층 버튼을 누르되, 엘리베이터가 1층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의식이 성공한 것.
정 씨가 탄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습니다.
이 씨는 핸드폰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새벽 12시 47분.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등이 하나씩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로비는 조용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건물인데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공기가 발목을 감쌌습니다.
그리고 약 5분 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는 최 씨의 팔을 잡았습니다. 박 씨가 작게 욕을 내뱉었습니다.
층수 표시등: 1... 2... 3... 4...
8층에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렸습니다.
정 씨가 내려왔습니다.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야, 괜찮아? 뭐 봤어?"
정 씨는 답하지 않고 그냥 건물 밖으로 걸어나갔습니다.
3일 후
의식을 치른 그날 밤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이 씨는 정 씨가 무서웠거나 당황해서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나도 정 씨에게 연락이 없었습니다.
카톡을 보내도 읽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걸면 신호는 갔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정 씨가 사는 원룸 근처에 볼일이 있던 최 씨가 슬쩍 올라가보았습니다.
문 앞에 택배 세 개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씨는 별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말 끝나고 집에 틀어박혀 게임하는 게 정 씨 스타일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닷새째 되던 날, 이 씨의 휴대폰에 정 씨의 카톡이 왔습니다.
"나 심심한데 오늘 저녁 만날래."
이 씨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답했습니다.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정 씨가 달라졌다
학교 앞 삼겹살 집. 오랜만에 넷이 모였습니다.
정 씨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얼굴이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창백해져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긴 소매 티셔츠를 입었고, 밥을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너 왜 연락 안 했어?"
"응? 연락했는데."
정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목소리가... 무언가 달랐습니다. 평소의 정 씨는 말끝을 올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 버릇이 없었습니다.
이 씨는 넘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계속 쌓였습니다.
정 씨는 고기를 한 점도 먹지 않았습니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게 정 씨라는 것을 이 씨는 3년 동안 알아왔습니다.
정 씨는 자신의 핸드폰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항상 메시지 알림에 즉각 반응하던 사람이.
그리고 이 씨가 정 씨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을 때였습니다.
정 씨가 고개를 아주 천천히, 기계처럼 이 씨 쪽으로 돌렸습니다.
눈이 맞았습니다.
정 씨는 웃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정 씨가 짓던 그 웃음. 그런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눈동자가 이 씨를 향하고 있었지만, 마치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유리 눈.
이 씨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습니다.
진짜 정 씨를 찾아서
그날 밤, 이 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최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오늘 정 씨 이상하지 않았어?"
"응. 나도 느꼈어. 근데 뭐가 이상한 건지 딱 말을 못 하겠어."
"혹시 정 씨 원룸 앞에 택배 쌓인 거 기억해? 닷새 동안 안 나왔던 거잖아. 근데 오늘 카톡은 보냈잖아. 직접 연락해보자."
다음 날 낮, 이 씨는 정 씨의 원룸 건물 앞에 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복도에 들어서자 문 앞에 택배가 여전히 쌓여 있었습니다.
세 개였던 택배가 네 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젯밤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왜 택배를 안 가져가지?
이 씨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자국 소리. 그리고 침묵.
"정 씨야? 나야, 이 씨."
문이 열렸습니다.
정 씨였습니다. 진짜 정 씨.
엿새치 수염이 자라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으며,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이 씨를 보자마자 정 씨가 문을 붙잡고 힘이 풀리는 듯 기댔습니다.
"이 씨야... 살았다. 제발 들어와."
정 씨가 보고 온 것
원룸 안은 커튼이 모두 내려져 있었고, 조명은 하나만 켜져 있었습니다. 구석에 소금이 줄 그어져 있었고, 현관 쪽 벽에는 종이에 쓴 기도문 같은 것들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습니다.
정 씨가 말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10층을 눌렀을 때, 엘리베이터가 원래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고 혼자 8층에서 멈췄다고 했습니다. 문이 열렸을 때 복도가 보였습니다. 형광등이 꺼진 복도. 그리고 복도 끝에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정 씨는 룰대로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온 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공기가 바뀌었다고. 냄새가 났다고. 여름인데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차가운 냄새.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혔습니다. 정 씨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바닥이 움직이는 느낌이 났고, 어느 순간 문이 열렸습니다.
눈을 떴더니 1층이 아닌 8층 복도였습니다. 혼자였습니다.
"근데 이 씨야."
정 씨가 이 씨의 팔을 잡았습니다.
"어젯밤 나 너희 만난 적 없어. 나 닷새 동안 이 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갔어. 너희 만난 게 아니야. 그게... 나를 따라온 거야."
그것은 아직 여기 있다
이 씨와 친구들은 그 뒤로 그 건물 근처에 가지 않습니다.
정 씨는 그로부터 두 달 만에 자취를 그만두고 본가로 내려갔습니다.
아직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 정 씨와 똑같이 생긴 그것이 삼겹살 집에 앉아 넷을 바라보던 그 얼굴.
이 씨는 그날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박 씨가 찍은 단체 사진.
사진 속에서 정 씨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그것의 눈은, 카메라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카메라 뒤에 서 있던, 박 씨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그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 씨와 친구들은, 그것이 어디로 돌아갔는지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게임을 포함한 오컬트 의식은 모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