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17분의 모니터
박 씨(가명, 58세)는 10월 초부터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야간 경비를 맡았습니다. 경비실에는 작은 책상과 스탠드 하나, 그리고 CCTV 모니터 여덟 칸이 전부였습니다. 낮 근무자인 최 씨(가명)는 교대하며 가볍게 말했습니다. "조용한 단지예요. 졸지만 마세요."
첫날 밤은 정말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새벽 2시 17분, 지하 2층 주차장 칸에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긴 머리 여자였습니다. 계단 출입구에서 나와 천천히 걸어, 주차장 한가운데 기둥 옆에 멈춰 섰습니다. 박 씨는 입주민이겠거니 하고 손전등을 챙겨 내려갔습니다.
지하 2층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기둥 옆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손전등을 든 손끝이 시렸습니다. 박 씨는 계단 출입구도 확인했습니다.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경비실로 돌아와 보니, 지하 2층 칸에는 형광등 켜진 텅 빈 주차장만 비치고 있었습니다.
한 층씩 올라오는 것
둘째 밤에도 2시 17분에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기둥이 아니라 계단 출입구 바로 앞이었습니다. 셋째 밤에는 지하 1층 칸에 있었습니다.
넷째 밤에는 1층 로비 칸에서, 다섯째 밤에는 경비실 바로 앞 출입구 칸에서 여자가 보였습니다. 박 씨는 다섯째 밤에 일부러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가로등 아래 출입구는 비어 있었습니다. 다만 경비실 창유리 바깥쪽에 손바닥 모양으로 김이 서려 있다가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매번 여자는 걸을 때마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카메라를 보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섯째 밤
여섯째 밤, 박 씨는 2시가 되기 전부터 모니터를 노려보았습니다. 2시 17분이 되었지만 어느 칸에도 여자는 없었습니다.
박 씨가 숨을 내쉬려는 순간, 여덟 번째 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비실 천장 모서리에 달린 카메라였습니다. 화면에는 스탠드 불빛 아래 책상 앞에 앉은 박 씨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하얀 원피스가 서 있었습니다.
목덜미가 얼어붙었습니다. 의자 뒤쪽에서 차가운 숨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화면 속 박 씨는 꼼짝 않고 앉아 있었고, 화면 속 여자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습니다.
처음으로, 여자가 카메라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깜깜한 구멍만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니터 너머의 박 씨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숙여, 화면 속 박 씨의 어깨 위로 얼굴을 내렸습니다.
꺼져 있던 카메라
박 씨는 날이 밝을 때까지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한 최 씨가 박 씨의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박 씨의 이야기를 들은 최 씨가 녹화 영상을 돌려 보려 했지만, 지하 2층 칸에는 엿새 동안 녹화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른 칸의 녹화본에도 여자는 없었습니다. 여섯째 밤 경비실 화면에는 텅 빈 방에서 밤새 모니터 앞에 굳어 앉아 있는 박 씨 혼자뿐이었습니다. 관리소에 확인해 보니, 지하 2층 카메라는 9월 말 보수 공사 때 전원선이 뽑힌 뒤 계속 꺼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여덟 칸 중 그 칸은 원래 검은 화면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박 씨가 근무한 엿새 내내, 그 칸에는 불 켜진 주차장이 멀쩡히 비치고 있었습니다. 첫째 밤과 둘째 밤, 박 씨가 여자를 처음 본 곳이 바로 그 칸이었습니다.
박 씨는 그 주를 끝으로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지금도 퇴근길에 거울이나 유리창 앞을 지날 때면, 자기 뒤쪽을 먼저 확인합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으며,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