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무인 빨래방
서 씨(가명, 29세)는 원룸에 세탁기를 둘 자리가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동네 무인 빨래방을 이용합니다. 주로 밤 12시가 넘어서 갑니다. 낮에는 사람이 많고, 밤에는 아무도 없어서 편하기 때문입니다. 유리문 안쪽으로 줄지어 선 세탁기와 건조기, 천장의 형광등, 접이식 의자 몇 개. 그게 전부인 가게입니다.
그날은 야근이 길어져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동전을 넣은 뒤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았습니다. 가게 안에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낮게 울렸습니다.
문 가까이의 건조기 한 대가 이미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 씨는 세탁이 끝나 갈 무렵에야 알아차렸습니다.
동전을 넣지 않은 건조기
건조기 속에서는 하얀 천이 천천히 돌고 있었습니다. 누가 맡겨 두고 간 빨래겠지. 서 씨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건조기의 숫자 표시창은 꺼져 있었고, 동전 투입구 옆의 불도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는 소리도 이상했습니다. 건조기가 돌 때는 덜컹덜컹 둔탁한 소리가 나야 하는데, 그 건조기에서는 아주 가볍고 젖은 소리가 났습니다. 철퍽. 철퍽. 물 먹은 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습니다.
가게 안의 온도가 내려갔습니다. 서 씨는 입김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이 외투를 입은 채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조기 유리문에 김이 서려 있었습니다. 뿌옇게, 안쪽에서부터.
그리고 그 김 위에, 작은 손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습니다.
안쪽에서 찍힌 손
손가락 다섯 개가 짧고 통통했습니다. 아이의 손이었습니다. 서 씨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손자국은 유리의 안쪽 면에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철퍽. 하얀 천이 한 바퀴 돌아 유리 앞으로 지나갔습니다. 소매였습니다. 소매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천이 지나간 자리에 손자국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아까보다 조금 위에.
누군가 안에서 유리를 따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손자국이 찍혔을 때, 서 씨의 세탁기가 종료음을 울렸습니다. 삑, 삑, 삑. 그 소리에 몸이 움직였습니다. 서 씨는 세탁기 문을 열고 젖은 빨래를 통째로 장바구니에 쓸어 담아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유리문을 나서기 직전, 서 씨는 뒤를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건조기는 멈춰 있었습니다. 유리 가득 김이 서려 있었고, 그 안에 작고 하얀 얼굴이 서 씨 쪽으로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눈이 없었습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물이 흘러 유리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져온 것
집에 와서 젖은 빨래를 욕실 바닥에 쏟았을 때, 서 씨는 그 속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아이 양말 한 짝. 하얗고, 발목에 작은 곰 자수가 있었고,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서 씨는 양말을 쓰레기봉투에 넣고 매듭을 단단히 묶어 현관 밖에 내놓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봉투는 매듭이 묶인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들어 보니 이상하게 가벼웠습니다. 풀어 보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신 서 씨의 원룸 현관문 안쪽, 신발장 위의 거울에 김이 서려 있었습니다. 안쪽에서부터 뿌옇게.
그리고 그 김 위에는 작은 손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몇 시간 전 건조기 유리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아래쪽에.
서 씨는 지금도 빨래방에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탁기도 없는 자신의 원룸에서, 밤마다 어디선가 물 먹은 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철퍽. 철퍽.
그 소리는 매일 밤 조금씩, 침대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관계가 없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