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지 12년, 형진섬유의 마지막 라이브
박다은 씨(가명, 27세)는 폐건물 탐방 콘텐츠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였다. 채널 이름은 '밤빛 탐사대'. 구독자는 많지 않았지만, 매주 금요일 밤 폐건물을 돌아다니는 실시간 방송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날 목적지는 경기도 외곽의 오래된 방직공장이었다. 12년 전 문을 닫은 뒤로 한 번도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곳. 정문 셔터는 반쯤 내려앉아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이와 기름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훅 끼쳤다.
카메라를 맡은 최정후 씨(가명)와 조명을 맡은 한서준 씨(가명), 셋이 함께였다. 방송은 평소처럼 시작됐다. 채팅창에는 익숙한 인사말과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보나요?"
"직물 기계 그대로 있어요?"
박다은 씨는 손전등을 비추며 넉살 좋게 대답했다. 평범한 금요일 밤 방송이었다.
화면 속에서만 보이는 것
방송을 시작한 지 40분쯤 지났을 때였다. 일행은 방직기계가 늘어선 2층 작업장에 들어섰다. 커다란 기계들 사이로 손전등 불빛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채팅창의 흐름이 달라진 건 그때부터였다.
"다은님 뒤에 뭐예요?"
"저거 그림자 아닌데"
"카메라 살짝 왼쪽으로 돌려주세요 제발"
박다은 씨는 별생각 없이 웃어넘겼다. "저 뒤에 뭐 있어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녀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직기 뒤편의 어둠, 그뿐이었다.
하지만 채팅창은 점점 더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짜 있어요 방금 움직였어요"
"목 뒤로 지나갔어요 방금"
"제발 뒤돌아보지 마시고 그냥 나오세요"
채팅창이 얼어붙은 순간
최정후 씨가 들고 있던 카메라 화면 구석, 시청자들만 볼 수 있는 각도가 있었다. 박다은 씨의 등 뒤, 방직기와 방직기 사이 좁은 틈.
그곳에 사람 형체 같은 것이 서 있었다.
키가 지나치게 컸다. 고개가 정상적인 각도보다 조금 더 꺾여 있었다. 화면이 흔들릴 때마다 그 형체도 함께 흔들렸는데, 손전등 불빛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빛을 피하는 움직임이 아니라, 빛을 따라오는 움직임이었다.
동시 접속자 수가 갑자기 세 배로 뛰었다. 다른 방송에서 캡처된 화면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었다.
박다은 씨는 여전히 웃으며 걷고 있었다. "다들 왜 이렇게 조용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채팅창에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마지막 팀이 아니었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 시청자 한 명이 링크 하나를 올렸다. 같은 공장을 찍은 다른 탐방 채널의 영상이었다. 업로드 시각은 그날 밤, 박다은 씨 일행이 도착하기 세 시간 전이었다.
영상 속 탐방팀도 2층 작업장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 후반부, 카메라가 흔들리는 짧은 순간.
방직기 사이 틈에서, 똑같은 형체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두 팀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예약도, 연락도 없었다. 그저 같은 날 밤, 같은 공장,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시각에 같은 것과 마주쳤을 뿐이었다.
다시보기에만 남은 것
방송을 마치고 며칠 뒤, 박다은 씨는 VOD를 편집하려고 다시 영상을 돌려봤다. 실시간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화면 속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녀의 등 뒤, 방직기 틈에 서 있던 형체.
영상을 정지시킨 순간, 박다은 씨는 알아챘다.
그것은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라, 렌즈를. 마치 이 영상을 나중에 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박다은 씨는 그 영상을 채널에 다시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에는 자동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일부 시청자들은 이미 그 장면을 캡처해 갖고 있었다.
지금도 '밤빛 탐사대'의 다시보기 목록에는 그날의 영상이 남아 있다. 재생 시간 41분 12초. 그 지점을 넘길 때마다, 화면 저편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렌즈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