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 그리고 방치된 리조트
강원도 어딘가. 1990년대 초 스키 붐과 함께 성업했던 고층 리조트가 하나 있습니다. 한때 성수기에는 예약이 3개월 전에 마감될 만큼 인기였던 곳. 하지만 2000년대 초 연이은 경영난과 부도로 문을 닫은 뒤, 20년 넘게 그 자리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창문은 깨지고, 외벽은 덩굴에 뒤덮였습니다. 주변 주민들은 그 건물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꺼립니다. 특히 여름만 되면.
올해 27세인 박 씨(가명)는 폐건물 탐험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유튜버입니다. 동료 탐험가 최 씨(가명, 29세)와 함께 6월 초, 이 리조트를 탐험하기로 했습니다.
"여름 납량 특집으로 딱이다"고 박 씨는 생각했습니다.
그 판단이 얼마나 틀렸는지, 그는 그날 밤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드레인된 수영장
리조트 3층에는 실내 수영장이 있었습니다. 리조트의 자랑이었던 시설. 한때는 투명한 물이 출렁거렸을 그곳에, 지금은 물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박 씨와 최 씨는 수영장 입구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오래된 타일의 퀴퀴한 냄새, 그리고 습기가 빠진 콘크리트 특유의 건조하고 쓴 냄새. 폐수영장 특유의 그 냄새.
"들어가자."
박 씨가 카메라를 켜고 먼저 걸었습니다.
수영장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천장은 높았고, 깨진 채광창으로 늦은 오후의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왔습니다. 바닥에는 수십 년 된 때와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수심 표시 타일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1.2M. 1.8M. 2.4M.
박 씨는 수영장 가장자리를 따라 카메라를 돌리다가 멈췄습니다.
벽이었습니다.
수영장 벽 아래쪽. 수면이 닿았던 경계선 아래로, 타일 위에 무언가가 가득 찍혀 있었습니다.
어린이의 손 자국이었습니다.
그냥 몇 개가 아니었습니다. 수영장 벽면 전체를 따라,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높이까지, 수십, 아니 수백 개의 손 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하얀 타일 위에 먼지가 내려앉은 듯 희미하게. 하지만 분명히.
최 씨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어떻게 저게 다 거기 있지?"
맨발이 걷는 소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듯, 계속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박 씨가 수영장 반대편 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습니다.
첫 번째 발자국 소리가 들린 것도 그때였습니다.
찰박.
박 씨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텅 빈 수영장 바닥.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찰박. 찰박.
두 번. 박 씨의 발걸음과 박자가 달랐습니다. 분명히 다른 소리였습니다. 맨발이 젖은 타일을 밟는 것 같은 소리. 그런데 바닥은 완전히 말라 있었습니다.
"너 지금 들었어?"
최 씨가 물었습니다. 박 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귀를 기울였습니다.
수영장 건너편. 텅 빈 바닥 위에서.
찰박. 찰박. 찰박.
세 번. 규칙적으로. 작은 발이 걷는 소리. 천천히. 수영장 깊은 쪽, 수심 2.4M 표시가 있는 방향에서 얕은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
하지만 그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카메라에 잡힌 것
박 씨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겨냥했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소리는 멈췄습니다.
"찍혔어?"
최 씨가 박 씨의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사람은 카메라 모니터를 들여다봤습니다. 수영장 바닥. 빈 타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박 씨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순간 최 씨가 박 씨의 팔을 잡았습니다.
"잠깐, 앵글 왼쪽 구석."
박 씨는 카메라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화면의 왼쪽 가장자리. 카메라의 시야가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경계.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키가 작았습니다. 어린아이만 한. 흐릿하게, 수영장 벽면에 바짝 붙어서,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것이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올려다보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 씨가 말했습니다. "나가자."
두 사람은 뒤를 보지 않고 수영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복도에 나와서야 박 씨는 카메라를 껐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던 것
리조트 아래 마을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주민에게, 나중에 박 씨가 그날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주민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 수영장 얘긴 꺼내지도 마세요."
1993년 여름, 리조트 개관 직후였습니다. 단체 수영 강습 중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어린이 수영 프로그램. 일곱 살짜리 아이가 수심 2.4M 구역에서 빠졌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습니다.
리조트 측은 은폐를 시도했고, 결국 몇 년 뒤 소송과 함께 무너졌습니다.
"그 뒤로 수영장에서 직원들이 계속 소리를 들었다고 했어요. 아이가 물장구 치는 소리, 웃는 소리. 근데 가보면 아무도 없었다고. 그러다 폐업한 거예요."
박 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손 자국은요? 수영장 벽에 가득 찍힌 손 자국들은?"
주민이 잠시 침묵했습니다.
"처음엔 몇 개였대요. 폐업하고 첫 해에 들어간 사람이 그랬어요. 몇 개 안 됐다고. 근데 해마다 늘어난다고. 해마다."
영상 속에 남은 것
박 씨는 그날 촬영한 영상을 며칠 동안 올리지 못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수영장 장면을 다시 돌려보다가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처음 들렸을 때의 장면. 박 씨가 카메라를 바닥으로 향한 순간. 화면 구석의 그 형체를 발견하기 훨씬 전.
수영장 바닥에 새로운 손 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타일 위에. 선명하게. 아이의 손 자국.
박 씨가 그 위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보이지 않아서, 모르고 밟은 채로.
그 손 자국이 생긴 시점은, 두 사람이 수영장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들어갔을 때는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박 씨는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최 씨와는 그 뒤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서로 그 날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박 씨는 여름이 되면 수영장 소리가 신경 쓰입니다. 물장구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어디서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박 씨는 반드시 뒤를 돌아봅니다.
이번 여름, 그 리조트에 혹시 가실 계획이 있다면.
수영장 벽의 손 자국이 몇 개인지는 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게 될 수 있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폐건물 무단 침입은 불법이며 매우 위험합니다.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