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밤의 반복
올해 23세인 김하은 씨(가명)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반년째 심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근무 시간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이 끝나면 정류장까지 5분을 걸어 막차를 탔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손님이 뜸한 시간대라 유독 피곤했던 하루였다. 김 씨는 카드를 찍고 맨 뒷좌석 근처 창가에 앉았다. 버스 안에는 승객이 두세 명뿐이었다. 늘 그랬듯이.
버스 기사와는 눈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얼굴. 그것만으로도 왠지 안심이 되곤 했다.
25:24
정류장을 세 개쯤 지났을 때, 무심코 기사석 위 전광판의 시계를 올려다봤다.
25:24
김 씨는 눈을 비볐다. 다시 봤다. 여전히 25:24였다.
심야 시간표에서나 쓰는 표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년을 매일 탄 이 버스의 전광판이 그런 식으로 시각을 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고장이겠거니 생각했다. 원래도 낡은 버스였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평소라면 벌써 지났어야 할 장미아파트 정류장을, 버스가 그대로 지나쳤다. 하차벨을 누른 사람도 없었는데, 버스는 그 정류장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속도조차 줄이지 않았다.
아무도 타지 않았는데
김 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익숙한 거리인데도 낯설게 느껴졌다. 가로등 간격이 유독 멀었고, 지나치는 간판의 불빛도 평소보다 흐릿했다.
그때, 딩동.
하차벨 소리가 울렸다. 김 씨는 고개를 돌렸다. 버스 안에는 분명 자신을 포함해 세 명뿐이었다. 그런데 벨을 누른 사람이 없었다.
기사는 아무 말 없이 다음 정류장에 버스를 세웠다. 문이 열렸다.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아무도 타지 않았다. 문은 몇 초간 열려 있다가 저절로 닫혔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김 씨는 옆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유리에 비친 옆 좌석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돌아보면 좌석은 비어 있었다. 다시 창을 보면, 그 형체는 그대로 앉아 고개를 살짝 숙인 채였다.
김 씨는 기사에게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요, 기사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겨우 소리를 내자 기사가 백미러로 눈을 마주쳤다. 대답까지 3초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그리고 백미러 속 기사의 얼굴은, 실제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버스가 서지 않았다
다음 정류장은 집 근처였다. 김 씨는 서둘러 하차벨을 눌렀다.
응답이 없었다.
버스는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쳤다.
김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기사에게 세워 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버스 안의 다른 승객들과 눈이 마주쳤다.
표정이 없었다.
시선은 김 씨를 향해 있었지만, 초점이 맞지 않았다.
김 씨는 비상벨을 찾았다. 손이 떨려서 두 번이나 놓쳤다. 세 번째에 겨우 눌렀다.
날카로운 경고음과 함께 버스가 급정거했다. 문이 열렸다.
김 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내렸다.
숨을 몰아쉬며 겨우 고개를 돌렸을 때, 버스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방금까지 서 있던 도로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멀어지는 엔진 소리도, 미등 불빛도 없었다. 그냥, 사라져 있었다.
아직도 그 시각이
집에 도착한 김 씨는 문을 잠그고도 한참을 떨었다. 다음 날 그 정류장을 다시 확인했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거리였다.
그날 이후로 김 씨는 막차를 타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계속된다. 매일 밤 자정 무렵, 휴대폰 화면이나 벽에 걸린 시계를 흘낏 볼 때마다,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듯 25:24라는 숫자가 보인다.
다시 보면 정상적인 시각으로 돌아와 있다.
김 씨는 그것이 착각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오늘 밤도, 자정이 가까워지면 자신도 모르게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혹시 존재하지 않는 시각을 본 적이 있는가. 다음번엔, 조용히 옆자리를 한번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