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이어진 금요일 밤
올해 32세인 박 씨(가명)는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중소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프로젝트 마감이 겹치면서 일주일째 새벽 퇴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금요일 밤, 박 씨는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습니다. 샤워도 하지 않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이불을 제대로 덮지도 못한 채 잠이 들었습니다.
시계가 새벽 2시 7분을 가리켰을 때.
박 씨는 무언가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식만 깨어났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몸
눈을 뜨려 했지만 뜨이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숨은 쉬어지지만, 온몸이 시멘트에 묻힌 것처럼 무거웠습니다.
가위눌림. 박 씨는 예전에도 두세 번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곧 풀리겠지.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가슴 위에 무언가가 올라타 있었습니다.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아이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 같은 무게.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갈비뼈가 안쪽으로 눌리는 느낌.
그리고 그때, 소리가 들렸습니다.
속삭임.
왼쪽 귀, 베개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맞지 않을 때 나는 잡음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선명해졌습니다.
그것이 이름을 불렀습니다
"...박... 현...수..."
박 씨의 심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었습니다.
"박...현...수..."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더 또렷하게.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아니, 여자 목소리 같은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기계적이고, 메아리가 겹쳐진 것처럼 울리는 소리.
절대 눈을 뜨면 안 된다.
박 씨의 머릿속에서 본능적으로 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면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을 보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가슴 위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속삭임이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옮겨갔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박 씨의 얼굴 위를 천천히 가로질러 간 것처럼.
"눈 떠."
속삭임이 바뀌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던 그 목소리가 이제 명령하고 있었습니다.
"눈 떠. 나 봐."
박 씨는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통증은 느꼈습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차가운 것이 이마를 스쳤습니다. 손가락 같은 것. 얼음보다 차갑고, 뼈처럼 단단한 무언가가 이마에서 눈꺼풀 위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눈꺼풀을 들어올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있는 힘껏 눈을 감았습니다. 온 신경을 눈꺼풀에 집중했습니다. 그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3초. 5초. 10초.
차가운 손가락이 물러났습니다.
속삭임이 멈췄습니다.
가슴 위의 무게가 사라졌습니다.
새벽 4시의 흔적
박 씨가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뒤였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벌떡 일어나 방 안의 모든 불을 켰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박 씨는 떨리는 손으로 물을 마시고, 거실 소파에 앉아 아침이 올 때까지 TV를 켜놓았습니다.
아침 6시, 밝아진 방 안에서 박 씨는 침대 시트를 정리하려다 멈췄습니다.
베개 왼쪽에 손자국이 있었습니다.
사람 손보다 작았습니다. 아이 손 크기. 하지만 손가락이 네 개였습니다. 분명히 네 개.
그리고 그 자국은 마치 오랫동안 그 자리를 누르고 있었던 것처럼 깊게 패여 있었습니다.
박 씨는 그 베개를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사했습니다.
새로운 집에서 첫날 밤, 박 씨는 잠들기 전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속삭임이 들릴까 봐.
효과가 있었습니다. 일주일간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여덟째 날 밤, 이어폰 배터리가 새벽에 방전되었습니다.
고요해진 방 안에서, 박 씨는 다시 들었습니다.
아주 멀리서, 아주 작게.
"박...현...수..."
그것은 이사한 집까지 따라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