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찍은 네 컷
박지은 씨(가명, 26세)는 야근이 잦은 회사원이었다. 그날도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했고, 집에 가는 길에 골목 어귀의 무인 즉석사진관 앞을 지나쳤다.
불이 환하게 켜진 부스 안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혼자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지친 하루를 위로하듯 안으로 들어갔다.
커튼을 치고 카메라 앞에 섰다. 플래시가 네 번 터졌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인화된 사진을 받아 들고 나오는 길, 지은 씨는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야 사진을 제대로 들여다봤다.
넷째 컷에만 있었던 것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컷은 문제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네 번째 컷.
지은 씨의 어깨 너머, 부스 배경 커튼 앞에 사람 형체 같은 것이 서 있었다.
흐릿했다. 그림자인가 싶었지만, 다른 세 장에는 똑같은 각도에 아무것도 없었다. 조명도, 자세도 거의 동일했는데 유독 그 한 장에만.
지은 씨는 사진을 확대해서 들여다봤다. 형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정확히 자신의 등 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혼자 찍다 보니 타이머 소리에 놀라 자세가 흔들렸을 수도 있고, 인화 과정의 오류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사진은 서랍 속에 넣어두고 며칠을 잊고 지냈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림자
일주일 뒤, 지은 씨는 약속이 취소되어 혼자 시간을 보내다 다른 동네의 즉석사진관에 들렀다. 처음 갔던 곳과는 전혀 다른 지점이었다.
이번에도 넷째 컷에만 그것이 있었다.
다만 거리가 달랐다. 첫 사진에서는 배경 커튼 앞, 지은 씨와 두어 걸음 떨어져 있던 형체가 이번 사진에서는 바로 등 뒤, 반걸음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든 각도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마치 지은 씨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지은 씨는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다른 지점, 다른 날, 다른 배경. 그런데 같은 형체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손이 닿을 듯한 거리
지은 씨는 이번엔 확인해보고 싶었다. 무서웠지만, 동시에 그 형체가 어디까지 다가올지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세 번째로 부스에 들어간 날, 넷째 컷이 찍히는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목덜미의 잔털이 곤두섰다.
인화된 사진을 받아든 순간, 지은 씨의 손이 떨렸다.
형체는 이제 지은 씨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어깨 위로, 손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형상이 뻗어 있었다.
손끝은 지은 씨의 어깨에 닿기 직전이었다. 마치 다음 컷에서는 정말로 닿을 것처럼.
그날 밤, 지은 씨는 오른쪽 어깨에서 이상한 감각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차가운 손이 얹혀 있다 방금 떨어진 듯한, 설명할 수 없는 냉기였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사진
그 뒤로 지은 씨는 즉석사진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우편함에 낯선 사진 한 장이 꽂혀 있었다. 보낸 사람도, 사진관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넷째 컷 사진이었다. 지은 씨가 찍은 적 없는 배경, 찍은 적 없는 옷차림의 자신이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형체는, 이번엔 완전히 지은 씨의 등 뒤에 겹쳐 있었다. 마치 어깨 위에 손을 얹은 채 함께 서 있는 것처럼.
지은 씨는 그 사진을 태우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
지금도 가끔, 오른쪽 어깨가 서늘해지는 밤이면 지은 씨는 생각한다. 그것이 사진 밖으로 나오는 데, 몇 걸음이 더 필요했던 걸까.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닌, 여러 공포 체험담의 요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각색물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특정 장소와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