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끝난 새벽 2시 40분
올해 31세인 최 씨(가명)는 서울 외곽의 한 종합병원 내과 병동에서 3년째 근무 중인 간호사입니다. 6월의 어느 목요일, 폭우가 쏟아지던 새벽이었습니다.
야근이 끝난 시각은 새벽 2시 40분. 폭우 탓에 병원 내부는 유독 고요했습니다. 빗소리만이 복도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낮에는 분주하던 간호사실도 비어 있었습니다.
최 씨는 지하 1층 탈의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버튼을 눌렀습니다.
'띵.'
문이 열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최 씨가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등 뒤에서 바람이 불었습니다.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지만, 창문도 없는 복도 한가운데서. 차갑고, 습하고, 무언가 묵은 냄새가 섞인 바람이.
문이 닫히기 직전
최 씨는 별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주차장 층인 B2를 눌렀습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 닫힘 버튼을 누르려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가 함께 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들어왔다'는 느낌. 무게감. 공기의 밀도가 변하는 느낌. 사람이 들어오면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최 씨는 엘리베이터 내부를 확인했습니다. 1.2미터 폭의 좁은 공간. 자신 외에는 아무도.
그때 천장의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였습니다. 전기가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처럼.
그 찰나에 최 씨는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서, 자신의 오른쪽 어깨 뒤로,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거울 속의 그것
세 면이 거울로 된 엘리베이터였습니다.
최 씨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거울을 보았습니다.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서만. 현실에는 없는데, 거울 안에는 있는 것.
키는 최 씨보다 반 뼘 정도 컸습니다. 환자복 같은 흰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머리카락이 가득했습니다. 길고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 전체를 덮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빗물이 아니었습니다. 폭우 속에서도 맡을 수 있을 만큼 짙은 병원 소독약 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B2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거울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본능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고 있는 동안은 괜찮을 것 같다는 이상한 확신이.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 있었습니다. 최 씨의 오른쪽 뒤에.
층 표시가 B1에서 B2로 바뀌었습니다.
'띵.'
문이 열렸을 때
문이 열리자마자 최 씨는 뛰쳐나갔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차를 향해 뛰었습니다. 시동을 걸고 출차 게이트를 빠져나올 때까지 백미러를 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 백미러를 보았습니다. 차에 탄 직후, 반사적으로.
뒷좌석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최 씨는 집에 도착해서 욕실 거울 앞에 서지 못했습니다. 샤워를 할 때도 거울을 수건으로 덮었습니다.
사흘 뒤, 최 씨는 동료 간호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료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습니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 6병동 거?"
최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거기 원래 좀 그래. 작년에 퇴직한 김 수간호사님도 그거 봤대. 근데 이상한 건..."
동료는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그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없거든. 원래부터."
최 씨는 그날 퇴근 후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 내부.
세 면 모두 민무늬 스테인리스였습니다. 거울은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병원을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