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 떠도는 이야기
경기도의 한 구도심 아파트 단지. 1990년대 초에 지어진 낡은 15층짜리 건물들이 줄지어 선 이곳에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오래된 이야기 하나가 떠돌았습니다.
"절대 그 버튼 누르지 마."
이○○ 씨(가명, 27세)가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을 때, 처음 만난 옆집 할머니가 건넨 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103동 엘리베이터 내부의 버튼 패널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버튼들은 대부분 아이보리색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딱 하나만 다른 색이었습니다. 숫자 '7'이 적힌 버튼.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산화된 것인지, 그 버튼만 유독 짙은 붉은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거 누르면 어떻게 돼요?" 이 씨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자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7층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이사를 온 지 며칠 뒤, 이 씨는 택배 기사와 잡담을 나누다가 이 건물 7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7층이요? 거기 오래됐죠. 제가 이 구역 담당한 지 6년이 넘었는데, 7층 집들은 항상 비어 있어요. 입주를 해도 금방 나가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 보니, 이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에 비슷한 내용의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글은 2009년에 작성된 것이었습니다.
[103동 7층 이사 온 분들 알고 계신가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댓글에는 이런 말들이 달려 있었습니다.
"우리 언니가 7층 살다 3개월 만에 이사 갔어요. 이유는 말 안 해요."
"엘리베이터 7층 버튼, 저 혼자만 이상하게 느낀 게 아니었네요."
"예전에 경비 아저씨한테 들었는데, 1998년에 거기서 뭔 일이 있었대요."
실수로 누른 버튼
이사 온 지 열흘째 되던 밤. 이 씨는 편의점에서 돌아오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졸린 눈으로 버튼 패널에 손을 뻗었습니다. 자기 층은 11층이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이 잘못 닿았습니다.
'딸깍.'
눌린 버튼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붉게 빛나는 숫자 7.
이 씨는 황급히 11층 버튼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먼저 멈췄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복도는 어두웠습니다. 비어 있는 세대들 때문인지 복도 자동 조명조차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엘리베이터 내부의 불빛만이 짧은 구간을 비추었습니다.
이 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복도 맨 끝,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형태였습니다.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조명이 없어 윤곽만 보였습니다. 이 씨는 그것이 사람이라면 왜 말이 없는지, 왜 움직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는 '닫힘' 버튼을 연타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
그것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 씨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침이 되자마자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7층에 지금 입주자가 있나요?"
관리 직원이 대장을 확인하고 대답했습니다.
"아뇨, 현재 7층은 전 세대 공실이에요. 보수 공사 예정이라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요. 어제 저녁에 혹시 7층 쪽에서 뭔가 보셨나요?"
이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이 씨는 항상 계단을 이용합니다. 11층까지. 매일.
그리고 그 도시전설은 지금도 이 아파트 단지 신입 입주민들에게 조용히 전해집니다.
"절대 7층 버튼은 누르지 마."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과 도시전설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