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에 가려던 것뿐이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 올해 32세인 박○○ 씨는 회식을 마치고 새벽 2시가 넘어 귀가했습니다. 술기운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걸어서 들어올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습니다. 15층짜리 건물. 박 씨가 사는 곳은 11층이었습니다.
버튼을 눌렀습니다. 아니, 눌렀다고 생각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숫자가... 순서대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1 → 2 → 4 → 2 → 6 → 2 → 10 → 2...
박 씨는 술에 취해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천장에 붙은 층수 표시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숫자가 계속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15층을 넘어서도.
표시판이 꺼졌다
층수 표시판이 갑자기 꺼졌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불빛도 한 번 깜빡였습니다. 박 씨는 반사적으로 1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반응이 없었습니다. 열림 버튼. 반응 없음. 비상 버튼.
"삐--- 삐---"
비상벨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런데 아무 응답도 없었습니다. 보통은 관리실에서 바로 연결이 되는데.
박 씨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멈췄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복도에 아무도 없어야 했다
새벽 2시가 넘은 아파트 복도. 어두웠습니다. 비상등 하나만 켜진 복도였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달랐습니다.
벽지 색이 달랐습니다. 원래 이 아파트 복도 벽지는 베이지색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이 열린 복도의 벽지는 회색... 아니, 정확히는 색이 바랜 것처럼 탁했습니다. 형광등도 아니고, 나트륨등도 아닌, 무언가 노란빛이 도는 조명이었습니다.
박 씨는 한 발을 내밀었습니다.
그때 보였습니다.
복도 끝.
가장 어두운 곳.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아이였습니다. 뒤를 보고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아이.
키는 아이치고는 작았습니다. 아홉 살, 아니 일곱 살 정도? 뒷모습만 보여서 얼굴은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늘어져 있었고, 그 아이는 조용히 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거기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박 씨는 발을 멈췄습니다. 본능적으로, 저 아이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선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것을.
발을 뒤로 뺐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닫힘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1층에서 내렸다
표시판이 다시 켜졌습니다. 1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였고, 문이 열렸습니다. 1층 로비였습니다. 익숙한 형광등, 익숙한 관리실 불빛.
박 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박 씨는 관리소에 어젯밤 엘리베이터가 이상했다고 신고했습니다. 관리인은 어젯밤 엘리베이터는 정상 운행했다고 답했습니다. 비상벨 기록도 없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더.
박 씨가 어젯밤 들어간 건물 엘리베이터는 10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박 씨가 사는 11층은... 이 건물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수도권 커뮤니티에서 수집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