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ize 핵심 요약

  • 공포 유형: 의식 실패
  • 주의사항: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의식 실패

할머니의 액막이 연을 날리고 얼레를 태우지 않았더니, 나흘 뒤 새벽 창에 연이 붙었다

외할머니의 공책대로 액막이 연을 날렸지만 얼레만은 태우지 못했다. 매일 아침 조금씩 더 풀려 창밖으로 나가던 실 끝에서 나흘 뒤 새벽 연의 구멍 속 눈이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2026년 11월 04일 visibility 44 조회 NEW
할머니의 액막이 연을 날리고 얼레를 태우지 않았더니, 나흘 뒤 새벽 창에 연이 붙었다
글자 크기
100%

할머니의 공책

저는 서 씨(가명, 31세)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일이 겹쳤습니다. 봄에 접촉사고를 냈고, 여름에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고, 가을에는 어머니가 입원하셨습니다. 그때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낡은 공책이 떠올랐습니다. 장롱 서랍에서 찾은 그 공책에 '액막이 연'이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정월 대보름에 날리는 것이지만, 할머니 글씨로 '해를 넘기기 전이면 아무 날이라도 좋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방패연 한 장에 올해 나를 따라다닌 것들을 먹으로 적는다. 그리고 세 가지를 지킨다.

하나, 해가 지기 전에 날릴 것. 둘, 실을 끊은 뒤 연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눈을 떼지 말 것. 셋, 얼레는 그날 안에 태울 것. 남은 실이 길이 된다.

세 번째 줄 옆에는 할머니 글씨로 작은 동그라미가 세 번 그려져 있었습니다.

10월 31일 토요일 오후

저는 시장에서 방패연을 사서 '올해의 모든 것'이라고 적고, 강변의 빈 공터에서 연을 띄웠습니다. 바람이 좋았습니다. 오후 4시 40분, 연이 하늘 높이 작은 점이 되었을 때 가위로 실을 끊었습니다. 연은 서쪽 산 너머로 천천히 사라졌고, 저는 사라진 뒤에도 한참 하늘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두 번째 규칙은 지킨 셈입니다.

문제는 얼레였습니다. 할머니가 직접 깎아 주신 얼레였습니다. 태워 버리려고 라이터를 꺼냈지만, 손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얼레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매일 아침 풀려 있는 실

다음 날 아침, 얼레에 감긴 실이 한 뼘쯤 풀려 책상 위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바람도 없었고, 제가 건드린 적도 없었습니다.

11월 2일에는 한 팔 길이. 3일 아침에는 방바닥을 가로질러 창문 쪽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실 끝은 창문 틈새, 미닫이 창틀이 만나는 좁은 틈으로 들어가 바깥으로 나가 있었습니다. 창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그날 안에 태우라던 날은 이미 사흘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지금 태워도 되는지, 실을 끊어도 되는지, 공책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실을 조심스럽게 당겨 보았습니다. 낚싯줄에 뭔가 걸린 것처럼 팽팽하고 묵직했습니다. 반대쪽 끝에서, 누군가 같은 힘으로 마주 당기고 있었습니다. 그 실은 공터에서 제 손으로 끊은 실이었습니다. 끊어진 끝이 지금 무엇에 이어져 있는지, 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창문에 붙은 연

3일 밤, 저는 자지 않기로 했습니다. 침대 옆 스탠드를 켜 놓고 얼레를 두 손으로 쥔 채 침대 끝에 앉아 창문을 보았습니다. 4층이라 창밖에는 가로등도 닿지 않는 어둠뿐이었습니다.

날이 바뀌고 새벽 3시 40분, 쥐고 있던 얼레가 갑자기 돌았습니다.

실이 쉬익 소리를 내며 창틈으로 빨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손바닥이 쓸리는 것을 참으며 얼레를 붙잡았습니다. 실이 팽팽해졌습니다.

그리고 창문 바깥에서 무엇인가 올라왔습니다.

스탠드 불빛이 유리를 통과해 닿자, 바깥 유리에 착 달라붙은 방패연이 드러났습니다. 얇은 한지 너머로, 제가 먹으로 쓴 글씨가 좌우가 뒤집힌 채 배어 보였습니다.

연 한가운데 둥근 방구멍. 그 구멍 안에 눈 하나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깜빡이지 않는 눈이었습니다. 흰자위가 물에 불은 것처럼 번들거렸습니다. 그 눈은 처음에 방 안을 훑더니 제 얼굴에서 멈췄고, 천천히 제 손으로 내려와 얼레를 쥔 제 두 손 위에서 멈췄습니다.

저는 얼레를 놓았습니다.

실은 남은 길이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창틈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유리 바깥에서 똑, 똑, 똑 마른 대나무 살이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아침이 올 때까지 스탠드를 끄지 못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밤

해가 뜬 뒤 창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연도, 실도 없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얼레에는 축에 감긴 실 몇 바퀴만 겨우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남은 실이 풀리지 않게 얼레를 꽉 쥐고 아파트 화단 구석, 깨진 빈 화분 안에 넣고 태웠습니다. 한 시간이 지난 지금 얼레도, 마지막 실도 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방으로 돌아와 보니 창유리에 손바닥만 한 둥근 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닦아 보려고 걸레를 대었을 때 알았습니다. 자국은 바깥이 아니라 방 안쪽 면에 묻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세 번째 줄 옆에 동그라미를 세 번 그린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남은 길은 태웠지만, 이미 그 길을 따라 들어온 것이 어디로 돌아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 밤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무관합니다.

warning 주의사항

  •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 혼자 읽지 마시고 밝은 곳에서 읽어주세요
  • 새벽 시간대에 읽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 창문 밖이 신경 쓰일 수 있습니다
  • 눈 묘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 의식이나 풍습을 따라 하지 마세요
  •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실제 인물과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