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밤
올해 29세인 정 씨(가명)는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IT 회사에서 일하며 야근이 잦았고, 집에 오면 곧바로 쓰러지듯 잠들곤 했습니다.
3월 셋째 주 월요일. 정 씨는 평소처럼 새벽 1시쯤 잠들었습니다.
새벽 3시 33분.
눈이 떠졌습니다. 천장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가위눌림. 정 씨는 예전에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할 때 가끔 오는 것. 금방 풀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방 맞은편 구석에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검은색이었습니다. 사람의 형태였지만 윤곽이 흐릿했습니다. 마치 어둠이 사람 모양으로 뭉쳐진 것 같은. 얼굴도, 옷도, 팔다리의 경계도 없이 그저 검은 덩어리가 사람처럼 서 있었습니다.
정 씨는 가위에 눌린 상태로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방 구석. 문에서 가장 먼 지점. 정 씨의 침대에서 약 3미터 거리.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1분쯤 지나 가위가 풀렸습니다. 정 씨가 벌떡 일어나 불을 켰을 때, 방 구석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런 거야.' 정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세 번째 밤
화요일 밤도 같았습니다. 새벽 3시 33분. 가위에 눌렸고, 방 구석에 검은 형체가 서 있었습니다.
다만 하나가 달랐습니다.
한 발짝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어제보다 확실히. 약 30센티미터 정도. 그것은 구석이 아니라 구석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서 있었습니다.
수요일 밤. 새벽 3시 33분. 가위눌림. 검은 형체.
또 한 발짝.
정 씨는 이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확했습니다. 시간도, 현상도, 그리고 그것이 가까워지는 것도.
목요일. 한 발짝.
금요일. 한 발짝.
침대에서 1미터 반 거리.
금요일 밤, 가위가 풀린 후 정 씨는 불을 켜고 그것이 서 있던 자리를 확인했습니다.
바닥 장판 위에 검은 자국이 있었습니다. 발자국 같기도 하고, 무언가 눌린 자국 같기도 한. 물기 없이 마른 검은 얼룩.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여섯 번째 밤
토요일. 정 씨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불을 환하게 켜고, 유튜브를 틀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새벽 3시가 넘어가자 눈꺼풀이 무거워졌습니다. 버틸 수 없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새벽 3시 33분.
눈이 떠졌습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켜놓았던 방 불은 꺼져 있었습니다. 분명 켜놓고 잤는데.
검은 형체는 침대 바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50센티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이 거리에서 보니 전에는 몰랐던 것이 보였습니다.
형체의 검은 윤곽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연기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듯. 형체는 고체가 아니었습니다. 수만 마리의 검은 벌레가 사람 형태로 뭉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형체의 머리 부분에서.
입이 열렸습니다.
얼굴이 없던 곳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는데 정 씨가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입이 벌어지자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는 소리였습니다.
"...다섯... 여섯..."
낮고, 갈라지고, 습기 찬 목소리. 무언가를 세고 있었습니다.
정 씨는 깨달았습니다.
밤을 세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여섯 번째 밤.
일곱 번째 밤
일요일. 정 씨는 집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친구 집에 가서 자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 방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친구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 집 앞이었습니다.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사님은 분명 다른 주소로 향했는데, 정 씨가 정신을 차리면 항상 그 반지하 원룸 앞이었습니다.
새벽 3시가 다가왔습니다.
정 씨는 방 한가운데 앉아 있었습니다. 불을 켜고. 눈을 크게 뜨고.
3시 30분.
3시 32분.
3시 33분.
불이 꺼졌습니다.
몸이 뒤로 쓰러지며 바닥에 눕혀졌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검은 형체는 정 씨의 바로 위에 있었습니다.
얼굴 위에. 30센티미터 거리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입이 열렸습니다.
"일곱."
그리고.
그 다음 날
정 씨는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습니다. 불은 켜져 있었습니다. 방 안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바닥의 검은 자국도 사라져 있었습니다.
가위눌림은 그날 이후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하나 알아차렸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기 그림자가 0.5초 정도 늦게 움직인다는 것을.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돌리면 그림자가 찰나의 순간 멈추었다가 따라오는 것을.
정 씨는 아직 관악구의 그 원룸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 새벽 3시 33분에 깨어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때 깨어 있으면 볼 수도 있으니까요.
자기 그림자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