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각, 같은 천장
서○○ 씨(가명, 31세)는 야근이 잦은 디자이너였다. 원룸에서 혼자 살았고, 잠들기 전에 수면 기록 앱을 켜 두는 습관이 있었다. 앱은 밤새 방 안의 소리를 녹음하고, 코 고는 소리나 뒤척임이 있을 때만 표시해 주었다.
이상한 일은 구월 하순부터 시작되었다. 새벽 세 시 무렵 눈이 떠지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눌림이었다. 서 씨는 처음이 아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피곤할 때 오는 것이라고 스스로 달랬다.
눈꺼풀은 열렸다. 침대에 누운 채 보이는 것은 천장뿐이었다. 커튼 틈으로 들어온 가로등의 주황색 빛이 천장에 가늘고 긴 줄을 긋고 있었다.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여 방을 훑었다. 책상, 옷걸이, 닫힌 현관문.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열."
낮은 목소리였다. 침대 발치 쪽, 어둠 속에서 났다.
줄어드는 숫자
다음 날 밤에도 같은 시간에 가위가 왔다.
"아홉."
그 다음 날은 "여덟".
서 씨는 사흘째부터 수를 세는 목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발치였다. 그다음에는 침대 옆. 그다음에는 이불 가장자리에서 천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 침대 끝에 무게가 올라오는 감각이 들었다. 매트리스가 아주 조금, 한쪽으로 기울었다.
"일곱. 여섯."
그 밤마다 가위가 풀리면 서 씨는 불을 켜고 방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현관 도어락은 잠겨 있었고, 창문도 닫혀 있었다. 회사 동료에게 말했더니 스트레스일 거라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서 씨는 수면클리닉 예약을 잡았다. 예약일은 열흘 뒤였다.
수를 세는 목소리는 서 씨가 병원에 가기 전에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열 번째 밤에 들은 숫자는 "하나"였다. 그 목소리는 베개 바로 옆, 귓가에서 났다.
영
열한 번째 밤, 서 씨는 일부러 불을 켜 두고 누웠다. 그러나 새벽 세 시, 어느새 불은 꺼져 있었다. 주황색 가로등 줄이 천장에 그어져 있었다.
몸이 굳었다.
가슴 위로 무게가 올라왔다. 이불이 한 뼘씩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서 씨의 눈동자는 위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움직이지 않았다.
천장에 그어진 주황색 줄이 가려졌다. 그림자가 서 씨의 얼굴 위로 천천히 내려왔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는 어둠뿐이었다. 하얀 손가락이 이불 가장자리를 쥔 채 서 씨의 가슴 위로 기어 올라오는 것이 눈 끝에 보였다.
"영."
그 순간, 서 씨는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가 나왔다. 몸이 풀렸다. 서 씨는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듯 일어나 벽 스위치를 쳤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불은 침대 아래로 반쯤 흘러내려 있었다.
녹음에 남은 것
서 씨는 떨리는 손으로 수면 앱을 열었다. 지난 열한 밤의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매일 새벽 세 시 무렵의 녹음 구간마다 숫자를 세는 낮은 목소리가 하나씩, 모두 열한 개 기록되어 있었다. 서 씨는 이어폰을 꽂았다.
그것은 서 씨 본인의 목소리였다.
입술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자신의 목소리가 침대 위에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서 씨는 이어폰을 뽑았다. 그런데 파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새벽의 녹음은 서 씨가 불을 켜고 책상 의자에 앉아 떨고 있던 사십 분 동안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십 분 내내, 침대 쪽에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깊게. 마치 누군가 방금 비워 준 자리에 누워 잠을 자는 것처럼.
서 씨는 그날 이후 침대를 쓰지 않는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잔다. 하지만 아직도 새벽 세 시면 눈이 떠지고, 가끔 한쪽 귀로 아주 작은 숫자가 들려온다. 열도 아니고 영도 아닌, 서 씨가 처음 들어 보는 숫자가.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이야기입니다. 수면마비는 흔한 수면 현상이며, 반복되면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