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12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박지훈 씨(가명, 31세)는 이직 후 스트레스로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매일 밤늦게 잠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자다가 몸이 굳는 증상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흔한 가위눌림이라 생각했다. 눈은 떠지는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고,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몇 초, 길어야 1분 정도면 풀렸다.
그런데 그 밤은 달랐다.
몸이 굳은 채로,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숫자를 세는 목소리
처음엔 환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같은 시각, 같은 증상으로 몸이 굳었을 때 또 들렸다.
"하나... 둘..."
박 씨는 회사 동기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가 "스트레스성 가위눌림이니 병원 가보라"는 말만 들었다. 그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셋째 날, 넷째 날... 숫자는 하루에 하나씩 늘어갔다.
목소리는 늘 같은 톤, 같은 속도로 또박또박 숫자를 셌다. 감정이 없었다. 마치 무언가의 개수를 세는 것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도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숨을 들이쉬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서른한 번째 밤
박 씨는 무서워서 잠들지 않으려 애썼다. 커피를 몇 잔이나 마셔도 몸은 결국 지쳐 잠들었고, 새벽 4시 12분이면 어김없이 몸이 굳었다.
그날 밤, 목소리는 "서른..."까지 세고 잠시 멈췄다.
박 씨는 숨죽인 채 다음 숫자를 기다렸다.
침묵이 길어졌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 귓가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서른하나."
박 씨는 그해 서른한 살이었다.
목소리가 자신의 나이를 말한 순간, 가슴을 누르던 무게가 사라졌다. 몸이 자유로워졌다. 벌떡 일어나 불을 켰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른두 번째 밤은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박 씨는 더 이상 가위에 눌리지 않는다. 새벽 4시 12분에도 깨지 않고 잘 잔다.
하지만 가끔, 유독 피곤한 날 잠들기 직전에 낮은 목소리가 아주 잠깐 들린다고 한다.
"하나..."
다시 처음부터 세는 소리처럼.
박 씨는 그 뒤로 이사를 고민 중이지만, 숫자가 정말 방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자기 안에서 나는 소리인지 확신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