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날 밤
올해 29세인 박○○ 씨(가명)는 서울 관악구의 좁은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에게, 창문 하나 없는 3평 남짓의 방은 하루의 전부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봄, 1차 시험을 이틀 앞둔 날 밤이었습니다.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문제집을 풀던 박 씨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겨우 책을 덮었습니다. 두통이 심했고, 눈이 타는 듯했습니다. 그는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불을 껐습니다.
방은 완전한 어둠이었습니다.
굳어버린 몸
얼마나 지났을까요. 박 씨는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시계를 보고 싶었지만, 목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몸 전체가 시멘트로 채워진 것처럼, 아니,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방에서 짓누르는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위눌림이구나.
박 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착하려 했습니다. 전에도 두어 번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잠시 후면 풀린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런데.
숨을 들이쉬려는데, 무언가가 가슴 위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체중이 느껴졌습니다. 명확한, 물리적인 무게였습니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것
박 씨는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천천히, 어둠 속에서 두 점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빛.
사람의 눈처럼 생겼지만, 사람의 눈이 아니었습니다. 동공 없이 그저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위치는 천장 바로 아래, 방 한가운데쯤. 박 씨가 누운 침대 바로 위였습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고 있었습니다. 박 씨를. 조용히, 빠짐없이.
박 씨는 눈을 감으려 했지만 눈꺼풀마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에서 바람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1분이 지났습니다. 2분이 지났습니다.
붉은 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귓가에 들린 목소리
그때였습니다.
귓가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가 속삭였습니다.
"한 번만 더."
정확히 그 말이었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목소리. 하지만 분명히 한국어로, 그 네 글자를.
"한 번만 더."
박 씨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도 모릅니다.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습니다. 손가락이 떨리더니, 팔이, 다리가, 목이. 박 씨는 벌떡 일어나 방 불을 켰습니다.
새벽 2시 32분이었습니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것
다음날 박 씨는 시험장에 갔습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이상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고시원으로 돌아온 박 씨는, 방 안 달력을 바라보다가 굳어버렸습니다.
달력에는 원래 아무 표시도 없었습니다. 시험 날짜에 동그라미 하나 쳐놓은 것 말고는.
그런데 그 동그라미 옆에, 박 씨가 쓴 적 없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볼펜으로, 또박또박.
"한 번만 더."
박 씨는 그 달력을 찢어서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 고시원을 나왔습니다.
지금도 그는 새벽 2시 30분이 넘으면 잠들지 못합니다.
그리고 침대에 눕기 전, 반드시 확인합니다.
천장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