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퇴근길이었습니다
올해 29세인 정 씨(가명)는 서울 강남의 한 IT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수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오후 7시 20분. 정 씨는 지하철 2호선 역 승강장에 서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고, 스마트폰으로 SNS를 스크롤하고 있었습니다. 승강장에는 사람이 열댓 명 정도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열차 도착까지 3분.
정 씨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맞은편 승강장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멈췄습니다.
맞은편에 서 있는 나
맞은편 승강장 한가운데에 여자가 한 명 서 있었습니다.
정 씨와 똑같은 여자였습니다.
같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같은 검은색 토트백. 같은 헤어스타일 - 오른쪽으로 넘긴 어깨 길이의 단발. 심지어 코트 왼쪽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장갑까지 같았습니다.
정 씨는 처음에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겠거니 했습니다. 서울에서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얼굴을 보았을 때, 정 씨의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같은 이마, 같은 눈썹, 같은 눈, 같은 코, 같은 입. 오른쪽 볼에 있는 작은 점까지 같았습니다. 거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거울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거울은 좌우가 반전되지만, 맞은편의 그 여자는 반전되지 않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정 씨는 이어폰을 뺐습니다.
맞은편의 그 여자도 같은 타이밍에 오른손을 귀로 가져갔습니다.
정 씨의 등에서 차가운 땀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웃고 있었습니다
정 씨는 움직여 봤습니다. 한 발짝 왼쪽으로.
맞은편의 그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거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정 씨는 다시 맞은편을 응시했습니다.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웃었습니다.
정 씨는 웃지 않았습니다. 공포에 질려 굳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맞은편의 자기 자신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자기 자신의 미소. 하지만 어딘가 달랐습니다.
눈이 웃지 않았습니다. 입만 웃고 있었고, 눈은 정 씨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물건을 관찰하듯이. 사냥감을 보듯이.
정 씨는 옆에 서 있던 중년 남성의 팔을 잡았습니다.
"저기... 저기 좀 봐주세요. 맞은편에 저랑 똑같은 사람이 서 있어요."
남성이 맞은편을 봤습니다.
"어디요? 아무도 없는데?"
정 씨가 다시 맞은편을 봤습니다.
그 여자는 여전히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웃고 있었습니다. 정 씨만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순간, 맞은편에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습니다.
그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열차에 타지 않았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열차가 출발했습니다.
열차가 지나간 맞은편 승강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정 씨는 떨리는 다리로 열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거울 앞에 섰습니다. 자기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얼굴. 같은 옷. 같은 가방.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거울 속 자신의 오른쪽 볼에 있는 점. 분명 항상 거기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점이 예전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았습니다.
정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착각이겠지. 너무 놀라서 과민해진 것이겠지.
그날 밤, 정 씨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었습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복도 끝 전신거울 앞을 지나갔습니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지 않았습니다.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야 구석으로, 전신거울 속의 자신이 보였습니다.
정 씨는 걷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의 정 씨는 서 있었습니다.
정 씨는 뛰었습니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아침이 올 때까지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달라진 것
정 씨는 다음 날 집 안의 모든 거울을 천으로 덮었습니다.
회사 화장실 거울도 피합니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기 모습도 보지 않습니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 씨의 친한 친구 세 명이, 그 사건 이후 각각 다른 날에 정 씨에게 연락했습니다.
"어제 신촌에서 봤는데, 왜 인사 안 했어?"
"강남역 스타벅스에서 봤는데, 너 거기서 뭐 했어?"
"어제 네 동네 편의점에서 봤는데,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웃기만 하고 가던데?"
정 씨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없었습니다.
세 번 모두.
정 씨는 지금도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웃고 있을까 봐.
자기가 웃지 않는데, 거울 속의 자기가 웃고 있을까 봐.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