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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체험

비 한 방울 안 오는데, 내 몸은 매일 저녁 7시에 우산을 폈다

이전 세입자가 야반도주하듯 사라진 원룸에 입주한 26세 직장인 임소라 씨.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저녁 7시가 되면 몸이 저절로 우산을 펴고 낯선 골목으로 걸어간다.

2026년 08월 27일 visibility 69 조회 NEW
비 한 방울 안 오는데, 내 몸은 매일 저녁 7시에 우산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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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나온 원룸, 그리고 사라진 이전 세입자

스물여섯 직장인 임소라 씨(가명, 26세)는 이직과 함께 서둘러 방을 구해야 했다. 마침 역에서 십 분 거리에, 시세보다 십만 원 가까이 싼 원룸이 나왔다는 부동산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방 빼신 분이 있어서요. 짐도 거의 안 챙기고 나가셨더라고요."

부동산 사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임소라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사 비용도 아껴야 했고, 무엇보다 회사와 가까웠다.

이사 첫날 밤, 관리실 직원이 우편함을 정리해 주며 지나가듯 한마디를 흘렸다.

"이전에 살던 분요... 어느 날 저녁에 나간 뒤로 다시 안 들어오셨어요. 짐은 저희가 나중에 처분했고요."

임소라 씨는 피곤한 탓이라 여기며 짐 정리를 마쳤다.

손에 쥐어져 있던 우산

이상한 일은 이사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시작됐다.

퇴근 후 소파에서 깜빡 졸았다가 눈을 떴을 때, 임소라 씨는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오른손에는 접이식 우산이 펴진 채로 들려 있었다.

창밖은 맑았다. 비는커녕 구름 한 점 없는 저녁이었다.

'내가 왜 여기 서 있지.'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2분이었다. 소파에서 눈을 감았던 게 분명 7시가 채 안 된 시각이었는데, 그사이의 기억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임소라 씨는 우산을 접어 다시 신발장에 넣었다. 손잡이가 이상하게 미지근했다. 마치 누군가 방금까지 쥐고 있었던 것처럼.

저녁 7시, 몸이 저절로 걷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같은 일이 반복됐다.

정확히 저녁 7시가 되면 몸에 힘이 빠지듯 무언가에 이끌렸다. 손이 저절로 신발장을 열어 우산을 꺼냈고, 발은 현관문을 향해 움직였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예외는 없었다.

의식은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러지 마, 멈춰'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몸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이 자기 몸 안에 세 들어 사는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늘 낯선 골목 어딘가였다. 좁고 가로등이 드문드문한, 원룸에서 걸어서 십 분쯤 떨어진 골목이었다. 펼쳐진 우산 아래로 빗소리 대신 자신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어디선가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났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이웃이 알려준 이전 세입자의 마지막 모습

견디다 못한 임소라 씨는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는 옆집 남자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저녁마다 이상한 걸 본 적 없냐고.

옆집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저번에 살던 분도... 매일 저녁 7시만 되면 우산 쓰고 나가셨어요. 비 안 오는 날에도요. 처음엔 이상한 취미인가 했는데, 사라지기 며칠 전부터는 표정이 완전히 넋 나간 사람 같았어요."

"어디로 가셨는지는..."

"항상 그 골목으로요. 안쪽 끝까지 걸어 들어가는 걸 몇 번 봤어요. 근데 그 골목, 끝이 막다른 벽이에요. 사람이 지나다닐 데가 아니거든요."

임소라 씨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매일 저녁 걸어가던 곳이 정확히 그 골목이라는 것을.

막다른 골목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그날 저녁 7시, 임소라 씨는 이번만큼은 몸을 억지로 붙잡아보기로 했다. 현관문 손잡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버텼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손끝의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그 골목 한가운데였다.

골목 끝, 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낡은 배수로 입구가 열려 있었다. 녹슨 철제 뚜껑이 옆으로 비스듬히 밀려나 있었고, 그 아래에서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입구 앞에, 우산을 쓴 사람의 형체가 서 있었다.

등을 돌린 채였다. 하지만 어깨선과 걸음걸이가, 관리실 CCTV 사진 속에서 봤던 이전 세입자의 뒷모습과 똑같았다.

형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임소라 씨는 그 얼굴을 다 보기 전에, 있는 힘껏 눈을 감고 뒷걸음질 쳤다. 발이 다시 자신의 것으로 돌아온 것을 느낀 순간, 그대로 몸을 돌려 뛰었다.

지금도 저녁 7시가 되면

임소라 씨는 얼마 뒤 그 원룸에서 나왔다. 하지만 새로 이사한 집에서도, 저녁 7시가 가까워지면 손끝이 저릿하게 저려온다.

요즘도 비가 오지 않는 맑은 저녁이면, 신발장 문 앞에 자기도 모르게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산은 아직 손에 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임소라 씨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지만 언젠가 그 시각에 깜빡 잠이 들면, 다시 그 골목 끝에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장소, 인물이나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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