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다니는 무인 잡화점
올해 29세인 정다은 씨(가명)는 야근이 잦은 회사원이었다. 늦은 밤 퇴근길, 집 근처 무인 잡화점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사는 게 반년째 이어진 습관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작은 매장으로, 계산대에는 사람 대신 셀프 결제기 하나만 놓여 있었다.
이 가게의 소소한 재미는 영수증이었다. 결제를 마치면 영수증 맨 아래 두 줄짜리 '오늘의 문장'이 찍혀 나왔다. 첫 줄은 늘 짧은 격려 문구, 둘째 줄은 그날의 날씨나 운세 같은 가벼운 내용이었다. 다은 씨는 이 문구를 습관처럼 사진으로 남겼다. 반년 동안 모은 영수증 사진만 마흔 장이 넘었다.
처음 보는 형식의 문장
그날 밤도 평소처럼 결제를 마쳤다. 영수증이 출력되는 소리와 함께 문구를 확인했다.
첫 줄은 여느 때와 같았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그런데 둘째 줄이 달랐다.
"등 뒤가 서늘해도, 뒤돌아보지 마세요."
다은 씨는 잠시 멈칫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형식의 문구였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로 등 뒤가 서늘해졌다. 매장 안 냉장고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무시하고 물건을 챙겨 나왔다.
그날 밤 다행이었다는 문장
며칠 후 다은 씨는 다시 그 가게를 찾았다. 별일 없었던 것처럼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확인했다.
첫 줄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둘째 줄을 본 순간, 다은 씨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뒤돌아보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지난번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은 씨는 그날 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걸, 이 가게의 CCTV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세 번째
다은 씨는 그 가게에 다시는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회사와 집 사이에 있는 가게는 그곳뿐이었고, 결국 며칠 뒤 또 들르고 말았다.
영수증이 나왔다. 이번엔 둘째 줄부터 눈이 갔다.
"이번이 세 번째네요. 이제 고개를 들어 보세요."
다은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상한 문구가 뜬 것은 정확히 이번이 세 번째였다. 반년을 다녔지만 그런 문구는 딱 세 번, 오늘까지 세 번뿐이었다. 누군가 세고 있었다. 다은 씨의 방문을, 정확한 횟수까지.
계산대 뒤 화면
손이 떨렸다. 다은 씨는 저도 모르게 문구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들었다. 계산기 위쪽에 달린 작은 CCTV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매장 내부를 실시간으로 비추는 화면이었다.
화면 속 자신의 뒤에, 누군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형체였다.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화면 속에서 그것은 다은 씨의 바로 등 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서 있었다.
다은 씨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화면을 봤다. 화면 속에도, 이제는 다은 씨 혼자였다.
그 순간 계산기에서 영수증이 한 장 더 출력됐다. 아무것도 결제하지 않았는데.
종이에는 단 한 줄이 찍혀 있었다.
"이제 그만 보세요."
그 뒤로
다은 씨는 그 뒤로 그 가게에 가지 않는다. 대신 아주 먼 길을 돌아 다른 무인 매장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어느 가게에서든 영수증이 나오면, 둘째 줄부터 먼저 확인하게 됐다.
얼마 전 우연히 들어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다은 씨는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 몇 개를 발견했다. 전부 다른 동네, 다른 가게였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문구는 언제나 영수증 둘째 줄에 찍혔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항상 세 번째 문구였다는 것.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