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한 낡은 아파트. 1990년대 초에 지어진 이 건물은 외벽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고, 복도마다 형광등 하나씩은 꼭 깜빡거립니다.
이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최○○ 씨(29세)는 입주 첫날 위층 주민 할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빨간 버튼 있잖아. 절대 누르지 마."
최 씨는 처음에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표정은 진지했습니다. 아니, 진지한 것을 넘어 어딘가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거기 눌렀다 온 사람은 꼭 뭔가를 가지고 내려와. 두 번 다시 안 누르더라고."
빨간 버튼
최 씨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버튼 패널을 확인했습니다.
1층부터 15층까지 숫자가 새겨진 버튼들. 그리고 맨 아래쪽, 다른 버튼보다 약간 크고 오래되어 보이는 버튼 하나. 숫자 대신 빨간색으로 칠해진,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버튼.
일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최 씨는 관리사무소에 물어봤습니다. 직원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비상용으로 달아놓은 거예요. 누르셔도 되는데... 뭐, 특별한 건 없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직원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호기심이 이겼습니다
이사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밤, 최 씨는 혼자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건물은 조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형광등이 윙윙 소리를 내며 깜빡거렸습니다.
최 씨는 빨간 버튼 앞에 섰습니다.
손가락을 뻗었습니다.
버튼이 눌렸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1층이 아니라 아래로, 더 아래로. 지하 1층 표시가 켜졌다가 꺼졌습니다. 그런데도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갔습니다.
지하 2층.
이 아파트에 지하 2층은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최 씨가 본 것
복도였습니다.
낡은 형광등이 희미하게 켜진 좁은 복도. 양쪽으로 문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문마다 호수 번호판이 달려 있었는데, 모두 숫자가 지워지거나 뒤집혀 있었습니다.
냄새가 났습니다. 습하고 퀴퀴한 냄새. 오랫동안 환기를 하지 않은 밀폐된 공간의 냄새.
최 씨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가 굳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복도 끝.
가장 안쪽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등을 돌린 채로. 움직이지 않고.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온 형체. 최 씨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옷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 같았고, 발밑으로 검은 웅덩이가 퍼져 있었습니다.
그 형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 씨는 닫힘 버튼을 연타했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복도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기다렸어."
돌아온 뒤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갔습니다. 1층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최 씨의 층으로 올라왔습니다.
최 씨는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어젯밤에... 눌렀어요."
할머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혼자서 탔어?"
"네."
"다행이네." 할머니는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습니다. "둘이서 탔다가... 한 명만 올라온 경우가 있었거든."
최 씨는 그 말의 의미를 더 묻지 않았습니다. 한 달 뒤에 이사를 갔습니다.
이 아파트에 아직도 그 버튼이 있습니다
최 씨가 이사 간 뒤, 그 아파트에 새 입주자들이 들어왔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그 엘리베이터 버튼에 대한 민원은 꾸준히 들어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튼은 철거되지 않았습니다.
관리소장은 이유를 밝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마디만 반복합니다.
"그걸 없애면 안 됩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목격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