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화요일
이수현 씨(가명, 29세)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로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마감이 몰리는 주간이라 며칠째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
화요일 오후, 대학 동창 박은지 씨(가명)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어제 저녁에 너 봤는데 왜 인사 안 했어? 3구역 골목 편의점 앞에서."
수현 씨는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나 어제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은지 씨는 장난치지 말라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흐릿한 야간 사진 속, 회색 후드를 입은 사람의 뒷모습이 편의점 파라솔 아래 앉아 있었다.
수현 씨는 회색 후드를 가진 적이 없었다. 그 색 옷은 재작년에 버린 것이었다.
반 박자 늦게 움직이는 것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들이 이어졌다.
세면대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반사된 자신의 모습이 아주 미세하게 늦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들면, 거울 속 손이 아주 잠깐— 정말 찰나의 순간— 멈췄다가 따라 올라왔다.
처음엔 밤샘 작업으로 인한 눈의 피로라고 여겼다.
사흘 뒤, 수현 씨는 원고 마감을 위해 24시간 카페로 향했다. 통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스쳐 갔다. 그중 하나가 유독 오래 머물렀다.
고개를 들어 확인했을 때,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제 너 만났잖아
그 주말, 다른 지인에게서도 비슷한 연락이 왔다.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배가 물었다.
"언니, 그저께 새벽에 담배 사러 오셨었잖아요. 왜 인사도 안 받아주셨어요?"
수현 씨는 그 시간 침대에 누워 작업 파일을 확인하고 있었다는 것을 노트북 로그로 증명할 수 있었다. 시각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같은 시각, 자신은 분명 집에 있었다.
후배는 매장 CCTV 화면을 캡처해 보내주었다. 화질은 나빴지만, 걸음걸이와 옷차림, 어깨를 움츠리는 습관까지— 자신과 똑같았다.
다만 한 가지, 표정이 낯설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웃고 있었다. 수현 씨는 낯선 렌즈 앞에서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골목 끝에서 마주친 얼굴
가장 소름 끼치는 일은 그다음 주에 일어났다.
늦은 저녁, 원고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좁은 골목 끝, 가로등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같은 옷. 같은 가방. 같은 걸음걸이.
수현 씨는 걸음을 멈췄다.
상대도 멈췄다.
거울처럼, 완벽하게 똑같은 타이밍으로.
가로등 불빛 아래, 얼굴이 드러났다.
자기 자신이었다.
숨이 막혔다.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처럼 크게 울렸다.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그것이 먼저 웃었다.
수현 씨가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입꼬리가 지나치게 올라간 웃음이었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골목은 비어 있었다.
아직도 나는 그 시간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날 이후, 수현 씨는 되도록 밤늦게 밖에 나가지 않는다. 거울도 필요한 순간에만 잠깐씩 본다.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가끔 말한다. "어제 그 근처에서 너 봤는데." 그때마다 수현 씨는 웃으며 얼버무린다. 사람을 잘못 봤을 거라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안다. 그 시간, 자신은 분명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부터 오래된 이야기 하나가 자꾸 떠오른다. 자기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마주친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따른다는 이야기.
수현 씨는 아직 그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요즘도 가끔, 거울 속 자신이 반 박자 늦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닌, 여러 공포 체험담과 도시전설의 요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각색물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특정 장소와는 무관합니다.